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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총리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이란 말 흘려듣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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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3일 일정으로 이란 찾아 최고위급 면담…동결자금 해결 의지

"마지막 순방 왔다"…대선 출마 위해 사퇴 시사

뉴스1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 로비에서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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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뉴스1) 박주평 기자 = 이란을 방문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현지시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이란 지도자들의 말씀이 있었다. 그냥 듣고 흘려서는 안 된다. 진정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며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이란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불편하다고 모른 척하다가 상황이 호전돼서 챙기려고 나서면 호응을 잘 받기 어렵다. 어려울 때 만나서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전날(11일) 오후 3시30분 이란에 도착해 에스학 자한기리 제1부통령과 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만찬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전 이란 국회의장) 등과 잇따라 면담했다. 라리자니 고문의 경우 정 총리가 지난 2017년 국회의장으로서 이란을 방문했을 때를 비롯해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이 있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전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측에 국내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 약 70억달러(7조6000억원)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고, 정 총리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관련해 당사국 대화의 진전을 지원하고,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또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준수하는 수준에서 인도적 교역을 확대하고, '경제협력점검협의체'를 만들어 이란 핵 합의 이후 가능한 경제협력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정 총리가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안전과 자유도 강조하긴 했으나, 일각에서는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지난 1월4일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해 95일간 억류했다가 풀어줬는데도 지나치게 '저자세'로 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소신을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제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2021년 1월27일)할 때 관련 질문이 있어서, '이건 이란 돈이다, 주인한테 돌려주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며 "사실 길을 찾아서 빨리 돌려주는 게 좋다, 그게 우리 국익에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제약이 있어 여태까지 실행이 안 됐다"고 했다.

또 "2017년에 양국 교역 규모가 120억달러 정도 됐는데, 지금(2020년)은 2억달러니까 우리가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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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면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1.4.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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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국내나 국제관계나 소통이 정말로 중요하다. 제가 온 것과 오지 않은 것하고는 앞으로 국익을 지키는 데 차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국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한 푼이라도 아끼고, 국제사회 기여도 최소화하는 태도로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제 위상을 찾고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게 최규하 전 총리 이후 44년 만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59년 동안 한국과 이란이 여러 가지 협력했는데도 지도자들의 교류는 적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면서 "앞으로 양국 지도자들이 지속해서 교류하면서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한 번 와서 그렇게 큰 변화가 있겠느냐마는, 양국 간 지도자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 대표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한다. 정 총리는 "관계가 어려워질 때 끈질기게 기회를 보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일종의 투자"라며 "여기에 남아 고군분투하는 분들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간담회를 마친 후 오후 5시30분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되는 정 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게(이번 해외 방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다. 순방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총리로 기록을 세울까 했었는데 순방을 여러분과 함께 오게 됐다"며 곧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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