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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中반도체 2세대 뒤처지게 할것"…韓기업 중국공장 불똥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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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K반도체 ① ◆

매일경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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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이어 올해 초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최첨단 시스템반도체 장비 위주였던 제재를 메모리반도체까지 확대할 태세다.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다 큰 타격을 맞을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현 상황을 유연하게 헤쳐나갈 재계·관계의 리더십 실종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술 유출 위협을 주요 명분 삼아 반도체 관련 제재에 시동을 걸었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중국계 사모펀드 캐넌브리지의 미국 기업 래티스반도체 인수 승인 요청을 거부했다. 이듬해에는 중국 메모리 기업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끊었다. 현재 푸젠진화는 사실상 D램 생산을 접다시피 했다. 2019년에는 미 상무부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 길도 막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는 장비 회사 홀로 만들 수 없다. ASML도 삼성전자·TSMC 같은 고객사들과 수년에 걸쳐 협력하며 EUV 기술을 끌어올린 것"이라면서 "중국이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제재로 해외 장비 구입이 막힌 데다 자체 반도체 양산 역량도 부족한 형편인 만큼 기술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EUV 금지에 이어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막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위원회는 지난달 초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네덜란드·일본과 협력해 중국에 대한 EUV·불화아르곤(ArF)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제재 정책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와 함께 실현되면 미국 정부는 2세대 이상 중국에 앞선 반도체 기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광 장비는 빛을 이용해 미세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새기는 일종의 '사진기'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할수록 성능과 생산성이 향상된다. 미세한 회로를 새기려면 노광 장비가 쏘는 빛의 파장도 짧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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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우시 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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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AI 제안대로 미국·네덜란드·일본이 공조해 DUV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정책을 실현하면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업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 2개 공장을 짓고 6세대 3D V낸드를 양산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 두 곳을 갖추고 10㎚급 D램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모두 ArF 노광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각 공장 증설 마무리 과정에서 장비를 추가 반입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앞서 미국은 특정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이 첨단 반도체 장비·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제재를 주로 펼쳤으나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제한할 경우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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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강화 기조에 따라 향후 중국 사업장 추가 투자도 불투명한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로부터 추가 투자 요구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중국 자본 우시산업집단의 합작으로 파운드리 사업도 시작했는데, 미국 제재가 본격화하면 공장을 첨단화하는 데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은 중국 제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답답해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는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중국 사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들은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제품을 공급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다툼 틈바구니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키를 쥘 리더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내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실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의 칼날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에까지 들이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혁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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