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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부 툭하면 "부동산 세금 낮다"…실제론 OECD 37개국 중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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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벌적 부동산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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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세율과 공시가격을 높이면서 "선진국에 비해 보유세가 낮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7·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도 한국의 보유세율이 선진국 평균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양도세, 종부세, 취득세 등 부동산 세율을 일제히 높였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파악하고 있는 거래세를 합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벌써 선진국들 가운데 3위를 차지할 정도다.

국민의힘 '부동산 공시가격검증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경준 의원이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4.05%(2018년 기준)로 OECD 38개국 회원국 평균(1.96%)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영국(4.48%)과 프랑스(4.13%)뿐이었다. 유 의원이 추산한 2020년 기준 한국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 비중은 4.43%로 더욱 높아졌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부동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3%로 OECD 회원국 평균(1.01%)을 약간 밑돌았지만 1년 전보다 0.11%포인트 상승하며 증가 속도가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랐다. 증가 속도에서 뉴질랜드(0.08%포인트), 아이슬란드(0.08%포인트), 벨기에(0.06%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으나 그 외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절대적 수치로 볼 때 아직까지는 비중이 3%대인 캐나다와 영국, 1~2%대인 미국과 프랑스,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한국의 순위는 2016년 22위, 2017년 21위, 2018년 17위, 2019년 14위로 매년 올라가는 추세다.

이는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율 인상 영향과 함께 세금 납부 대상이 확 늘어난 것과도 무관치 않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6~2020년 주택분 종부세 결정 및 고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종부세가 고지된 1주택자는 29만1000명으로, 2019년 종부세를 낸 1주택자 19만2185명에 비해 51.4% 늘었다.

2016년 종부세를 낸 1주택자가 6만9000명이었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후 불과 4년 만에 종부세 대상 1주택자가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결과 종부세 부과대상인 9억원 초과 주택이 급증한 영향이다.

문제는 올해도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이 종전 42%에서 45%까지 오르고,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도 기존 3.2%에서 6%까지 높아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당초 종부세 도입 취지마저 최근 흔들리고 있다.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당초 도입 목적과 달리 소득과 부동산 보유 규모가 비례적인 관계를 갖지 않고, 가구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전환함에 따라 (종부세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의 부동산가격 안정화 효과 역시 대부분 연구에서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한국의 GDP에서 부동산·증권 등 재산 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76%로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과 영국을 뺀 나머지 국가는 증권거래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동산 거래세만을 따로 떼어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2019년 한국의 재산거래세 33조6500억원 가운데 부동산 거래세가 29조1800억원으로 86.7%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면, 2019년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1.5%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2위인 벨기에(1.14%), 3위인 이탈리아(1.05%)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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