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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단독]'수퍼로또' LH공공택지, 절반은 5개건설사 싹쓸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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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1개월치 분석 결과 80개 중 37개

수백대 1 경쟁률 속 5개 건설사가 차지

우미·호반·중흥·제일·라인건설 순

'벌떼 입찰'막겠다 했지만 쏠림 더 심해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머쥘 수 있어 '수퍼로또'로 불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를 최근 21개월간 5개 중견건설사가 절반가량 '싹쓸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떼 입찰(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란 불공정 행위로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후 국토교통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5개 건설사 쏠림현상은 당시 30%(10개년 평균)에서 최근 46%로 훨씬 더 커졌다. 최근 21개월간 공공택지 입찰 경쟁률은 최고 300대 1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광주·전남 기반 5대 건설사 낙찰 비중 46%



중앙일보

검단신도시 우미린 파크뷰 조감도. 우미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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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12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국회 국토교통위)을 통해 입수한 'LH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입찰 참여업체 현황(2019년 6월 30일 ~ 2021년 3월 31일)'을 분석한 결과 우미·호반·중흥·제일·라인 등 5개 건설사(그룹)가 수십 개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로 전체 80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37개(46.3%)를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상위 5개사는 모두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 호황을 누린 아파트 분양 경기를 타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이다.

이 가운데 '우미린' 이란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우미그룹(지주사 우미개발)이 낙찰받는 필지가 12곳(1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반(9곳·11.3%), 중흥(7곳·8.8%), 제일(5곳·6.3%), 라인(4곳·5%)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상위 5개사의 이름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전체 473개 아파트용 공공택지 가운데 중흥은 47개(9.9%), 호반 44개(9.3%), 우미 22개(4.7%), 반도 18개(3.8%), 제일 11개(2.3%) 순으로 쓸어갔다.



신도시 아파트 8곳 중 1곳은 '우미린'



중앙일보

LH 공공택지 절반 쓸어간 상위 5개 건설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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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는 한빛건설, 전승건설, 심우건설, 청우건설, 우미종합건설 등 관계사를 동원해 조사 기간 가장 많은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321대1)을 보인 파주운정3지구 A21 구역(2만4698㎡)을 관계사인 한빛건설이 가져갔다. 한빛건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9억3483만원이고 영업손실이 5억3974만원인 부실회사다.

경실련은 2019년에 이전 10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낙찰건수 상위 5개사가 102개 필지에서 6조2813억원의 분양수익을 내 한 필지당 615억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2019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열기가 더 뜨거워졌음을 감안할 때 이후 상위 5개 건설사가 LH공공택지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미그룹 모태인 우미건설은 지난해 8210억원 매출액에 1481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 18%를 기록했다. 중흥건설도 지난해 15%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중흥건설의 경우 계열사인 중흥토건의 매출액이 지난해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이 3.2%에 그쳤음을 감안할 때 업계 최상위 건설사를 훨씬 능가하는 높은 수익률이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은 꾸준히 공공택지 입찰에 나서고 있지만 조사 기간 한 번도 낙찰받지 못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편법을 동원한 일부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싹쓸이하면서 정당하게 추첨에 참여한 회사들은 들러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벌떼입찰' 지적당하고도 두 손 놓은 국토부



중앙일보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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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회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자 국토부는 이후 두 차례나 법을 바꿨다. 하지만 실상은 특정 건설사의 '벌떼입찰' 낙찰률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

김현미 전 장관 시절인 지난해 초 국토부는 '택지개발촉진법 및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하지만 당시 '벌떼입찰'을 막을 수 있는 핵심 방법으로 제시한 ▶주택건설 실적 요건 300가구에서 700가구로 상향하고 ▶입찰한 건설사에 대한 신용평가등급 요구안 등이 시행 과정에서 사라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특정 건설사의 행태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시행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임대주택 건설계획’ ‘이익공유 정도’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법이 지난 1월 입법 예고된 이후에도 계열사를 동원한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벌떼입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기존과 같은 추첨제는 일부 유지된다.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추첨 방식 70%, 평가 방식 30%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입찰 방법을 도입하고 있고, 추첨제 비중도 점차 줄여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언석 의원은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앞둔 만큼 정부는 특정 업체들이 택지를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입찰 제도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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