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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19 백신 극저온 보관 상태 눈으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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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간단하게 부착하는 온도변화 감지장치 개발

아이뉴스24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왼쪽부터) 황성연, 박제영, 탄-하오 (박사과정, 제1저자), 오동엽 박사가 ‘극저온 온도변화 감지장치’가 부착된 백신 모의 샘플을 들고 있다. [화학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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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코로나19 백신이 저온에서 안전하게 보관·유통되었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온도변화 감지장치가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제영, 오동엽, 황성연 박사팀은 백신병 옆에 특정 화합물을 담은 용기를 붙여 백신의 보관 온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장치를 개발했다. 화이자 백신, 모더나 백신 등 보관온도에 맞춰 각각 개발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통되고 있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상 온도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지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정도의 극저온에서,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의 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백신이 영하의 저온에서 보관·유통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는 mRNA 백신이 상용화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을 위해 연구팀이 활용한 물질은 에틸렌글리콜과 물을 섞은 물질이다. 이 물질은 자동차 엔진의 과열을 막아주는 냉각수로도 많이 쓰인다. 녹는점이 영하 69도다. 영하 69도 이하에서는 고체 상태를 유지하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녹기 시작한다.

연구팀은 이 물질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색소를 넣고, 밑에 하얀 펄프 가루를 흡착제로 깔아 색소가 번지는 걸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물질이 영하 69도 이상의 온도에 노출돼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면 액체가 펄프 가루에 스며들면서 사인펜 색이 젖은 종이에 번지듯 색깔이 번지기 시작한다.

영하 60도 이상 노출시 5분 이내에 색이 번지고, 상온(영상 20도)에 노출되면 2분 이내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권장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색이 더 많이 번져 손쉽게 노출 정도를 알 수 있다.

에틸렌글리콜 대신 다른 화합물 ‘수크로오스(d-sucrose)’와 물을 섞으면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에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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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70도 보관 백신 모의 샘플을 이용하여 극저온 온도변화 감지장치의 실온 노출 실험. 실온에서의 1분까지의 노출은 이력이 기록되지 않지만, 2분부터 확산이 시작되어 10분이 지나면 육안으로 뚜렷하게 식별된다. [화학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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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유통이나 사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온에 짧게 노출될 때는 색이 번지지 않도록 화합물의 비율을 설정했다. 권장온도 이상에서 2분 이상 노출되었을 때만 색이 번지도록 한 것이다. 에틸렌글리콜을 40%, 물을 60%의 비율로 섞으면 온도가 영하 69도보다 올라가도 고체가 바로 액체로 변하지 않고 고체와 액체가 섞여 있는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의 온도 변화로는 색이 번지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최근 발생한 코로나 백신의 초저온 유통 사고 소식은 백신 유통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상온에 노출된 후 다시 극저온에 두어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

이 연구 내용은 미국화학회 학술지인 ‘ACS Omega’에 ‘Tamper-Proof Time–Temperature Indicator for Inspecting Ultracold Supply Chain’ 제목으로 공개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https://pubs.acs.org/doi/10.1021/acsomega.1c00404)

연구책임자인 박제영 박사는 “아직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온도 조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이 아이디어가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백신 취급 및 운송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 이 기술이 한국에서 먼저 도입돼 K-방역의 주도권을 확보한 후, 해외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원천특허를 확보한 상태이며 향후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관련 동영상 : https://pubs.acs.org/doi/suppl/10.1021/acsomega.1c00404/suppl_file/ao1c00404_si_002.mp4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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