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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 항암학회·코로나 재확산…소외된 바이오업종에도 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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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바이오업종 소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연초에는 증시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주 투자에 집중하면서 바이오업종의 주가는 횡보하다가,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는 함께 빠졌다. 연초에 신약의 조건부 허가가 3건이 나오는 등 호재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필요하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의 혈전증 연관 가능성에 국산 백신 개발 업체들이 주목받고, 이번 주말부터 오는 6월까지 잇따라 개최될 미국의 양대 항암학회가 그 계기가 돼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헬스케어지수는 4603.81포인트로 지난 9일 거래를 마쳤다. 직전주 종가인 4575.48포인트와 비교하면 0.62% 올랐다. 이 지수는 지난 6일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7일부터 반등해 주간 단위로는 상승 마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특이한 혈전증 사이에 연관 가능성을 유럽의약품청(EMA)이 인정한 뒤 국내 백신 개발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이다.

◆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에 SK바이오사이언스 반등

특히 지난달 18일 상장해 '따상(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을 탔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반등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 8일과 9일 각각 직전 거래일 대비 9.61%와 3.98% 상승해 13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한지 8거래일만인 지난달 29일 시초가 13만원이 무너진 뒤 9거래일만에 다시 회복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탁생산(CMO)를 맡고 있어 혈전 연관성이 악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CMO와 별개로 노바백스 백신의 위탁개발생산(CDMO)과 자체적인 백신 개발 모멘텀이 주목받아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GBP510과 NBP2001 중 하나를 올해 3분기 안에 임상 3상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국내에 공급할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노바백스로부터 해당 백신 기술을 이전받기도 했다.

이 같이 이유로 EMA 백신 개발 책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증 사이의 인과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게 국내 증시에 반영된 지난 7일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더해 코스피200 조기 편입 조건을 충족해 오는 6월 특례 편입될 예정이라는 분석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를 밀어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또 다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셀리드도 지난 8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9일에도 12.40% 급등했다. 셀리드는 1회만 접종해도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내는 백신 후보 AdCLD-CoV19를 개발 중이다. 올해 8월까지 임상 2상을 마친 뒤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외 각각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진원생명과학과 유바이오로직스, 오는 7월까지 임상 2a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제넥신도 지난 8~9일 강세를 보였다.

◆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 재확산…진단키트주 강세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건 최근 다시 가팔라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은 백신 개발 기업보다 진단키트 기업들의 주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진단키트 대장주 씨젠은 지난 9일 16만9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26.65%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바디텍메드와 수젠텍도 각각 17.53%와 15.02% 상승했다.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뤄지는 국가들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다시 진단키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까지 모든 성인에게 백신 1차 접종을 하겠다는 목표로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6만명대 초중반을 오가고 있다. 한때 20만~30만명에서 5만명대까지 꺾였던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에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불안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집단감염,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등 몇 가지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9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73명→478명→668명→700명→671명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환자는 555명으로, 4차 유행에 진입하는 초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감염 재생산지수도 1을 넘어 유행이 계속 커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6월까지 이어지는 항암학회…이번엔 다를까?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진 뒤 세계적인 의학·약학 학회의 컨퍼런스는 대부분 온라인 방식으로 대체됐다.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과의 대면 미팅 기회가 사라지면서 바이오 업종에는 대목으로 꼽히는 대형 학회 이벤트의 효과가 반감된 모습이지만, 바이오기업들이 그간의 연구 성과를 글로벌 업계에 과시하는 대표적인 창구인 점은 여전하다.

특히 미국 시간으로 오는 10일~15일과 다음달 17~21일 미국 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AACR과 함께 미국 양대 암학회로 불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는 오는 6월 4~8일 열린다. 약 2개월 동안 학회 이벤트가 이어진다.

AACR에서는 제약사들의 주요 항암제 임상 데이터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한미약품의 글로벌 신약 개발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항암 신약 후보 포지오티닙과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올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조건부 시판 승인을 받아내 신약 개발 회사로 변모한 유한양행은 새로운 항암 파이프라인 YH29407을 공개한다. 이 후보물질은 IDO1 효소를 저해해 T세포의 기능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오스코텍, 압타바이오, 앱클론, 에이비엘바이오, 지놈앤컴퍼니, 파멥신 등이 참가해 연구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AACR이 개발 초기 단계에 집중한다면 ASCO는 의약품 개발에 좀 더 다가선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자리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음달 19일 ASCO의 초록이 공개될 예정"이라며 "ASCO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발표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선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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