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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학교에서 코로나 감염되면 어쩌지?” 불안해하는 부모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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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김현철의 사람을 위한 정책 “코로나인데…아이 학교 보내야 할까”

독일 논문 등 등교가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결론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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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어디로 갈지를 생각해보면 왜 개학 수업을 한 뒤 코로나19 감염이 줄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과 놀이터의 아이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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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문제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30대 후반 김은주씨. 은주씨는 세 살 민준이, 열 살 서연이의 엄마입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이 앞으로도 한참 더 지속할 것이라는 사실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처음엔 안전을 위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을 집에서 교육하는 것이 한계점을 넘었습니다.

지난 1년 등교 제한으로 아이들의 인지능력과 사회성 발달에 미칠 악영향이 큰 걱정입니다. 질병관리청장이 작성했다는 논문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21년 3월 일부 학생의 등교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학교 감염이 없는 게 아니잖아. 우리 애가 학교에서 감염되면 어쩌지?”라고 홀로 되뇝니다.

오늘은 은주씨와 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 전국 535만 초·중·고 학생의 부모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코로나19 시대 등교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소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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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코로나19 감염 원인


등교가 코로나19 감염을 확산할지 아닐지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워낙 코로나19 감염 정책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지요. 가령 등교 제한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동시에 실시됩니다. 또 우리나라는 감염된 사람 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기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외국에선 등교의 효과에 대해 꽤 여러 논문이 나왔는데요, 그 결론이 모두 동일합니다. 연구 설계가 가장 뛰어난 독일 연구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Isphording, Lipfert, and Pestel, IZA Working Paper, 2020).

[그림1]은 독일의 2020년 코로나19 감염자 수에 따른 시기별 학교 운영 형태를 보여줍니다. 독일은 2020년 3월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평균 5천 명 이상으로 급증하자 학교 문을 급히 닫았습니다. 하지만 5월 이후 감염자가 현격히 줄어 하루 1천 명 이하가 되자 조금씩 학교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가을학기에는 완전히 학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래프를 보면 감염자 수가 8월 이후 서서히 다시 늘어납니다. 학교 문을 열어서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일까요? 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8~9월에는 등교뿐 아니라 확진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것이 동시에 변하기 때문입니다. 날씨도, 사람들의 야외 활동도, 기존의 줄어든 감염자 수 덕분에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등교가 코로나19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등교했을 때 감염자 수’와 ‘등교하지 않았을 때 감염자 수’를 모두 알아야 합니다. 등교 효과는 이 둘의 차이입니다(팁 참조). 그런데 전국 학교가 등교수업을 했다면 ‘등교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감염자 수’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처럼 어떤 정책이 도입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학술 용어로 ‘반사실’(Counterfactual)이라 합니다. 등교는 했고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쉽게 조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등교하지 않았을 때 코로나19 감염자 수(반사실)를 알아내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독일 정책은 등교가 코로나19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에 아주 적합한 상황을 제공했습니다. 독일은 그림2처럼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때가 시도/시군구별로 달랐습니다. 개학이 8월3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MV) 지역을 시작으로, 9월14일 바덴뷔르템베르크(BW)까지 순차적으로 됐습니다. 따라서 8월 중순을 기준으로 이보다 일찍 개학한 지방은 ‘등교시 감염률’을 보여주고, 늦게 개학한 지방은 반사실, 즉 ‘등교하지 않았을 때의 감염률’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등교의 코로나19 감염 영향에 대한 신뢰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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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 어디로 갈까


[그림3]은 나이대별로 학교 개강 이후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감염 수 변화를 보여줍니다. 세로선으로 표시된 것이 등교 시작일(Day 0)입니다. 최대 25일 정도의 효과를 추정했습니다. 편의상 일찍 등교한 지역을 ‘처치군’, 늦게 등교한 지역을 ‘대조군’이라 하겠습니다. 굵은 선이 등교의 효과, 즉 처치군과 대조군의 발생률 차이입니다. 옅은 선은 오차범위를 보여주고요. 즉 굵은 선이 0보다 아래에 있으면 등교 이후 코로나19 발생률이 줄어드는 것이고(등교를 시작하지 않은 지역에 비해), 0보다 위에 있으면 코로나19 발생률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등교 시작일 이전에는 코로나19 발생률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때는 모든 학교가 등교를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교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0~14살 아이들은 등교 이후 코로나19 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등교 뒤 15일이 지나면 그 차이는 더 커지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집니다. 하지만 다른 나이대 사람에게는 학생들의 등교가 코로나19 감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오차범위 내).

그런데 왜 학교 문을 열어도 코로나19 감염이 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무엇을 하는지(반사실) 생각해보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 문을 닫으며, 아이들이 집에 얌전히 있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도 모르게 가정해버립니다. 물론 엄격하게 아이들을 1년여 동안 친구도 만나지 못하게 집에 묶어둔 부모도 간혹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신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습니다. 학원에도 가고요. 학교가 아닌 곳에서 아이들은 쉽게 마스크를 벗고, 이를 통제할 사람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선생님의 지도 아래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학교와 편의점/놀이터/친구 집/학원 사이의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방역 지침을 잘 지키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오히려 안전할 수 있습니다.

몇몇 연구는 학교 문를 열었을 때 아이들이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지 추적했습니다. ‘정은경 논문’으로 부르는 연구도 이 중 하나입니다. 한림대 연구팀은 학교 문을 연 2020년 5~7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아이 127명을 조사했습니다. 이 중 단 3명만이 학교에서 감염됐고 다른 124명은 가족, 친척, 학원, 식당 등에서 감염됐습니다(Kim, Eun Young, et al. Pediatric Infection & Vaccin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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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어디로 갈지를 생각해보면 왜 개학 수업을 한 뒤 코로나19 감염이 줄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과 놀이터의 아이들.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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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도보다는 환기가 중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스콘신주는 2020년 가을 대면수업을 했습니다. 학생과 교직원 191명이 감염됐습니다. 이 중 학교 내에서 감염된 경우는 단 7건입니다(Falk A, Benda A, Falk P, et al. MMWR Morb Mortal Wkly Rep. 2020). 오스트레일리아도 개강 이후 학생 감염이 매우 드물고, 감염자도 대부분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고 보고했습니다(Macartney, Kristine, et al. The Lancet Child & Adolescent Health, 2020).

아마도 이스라엘 사례가 유일한 예외일 것 같습니다(Somekh, Ido, et al.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21). 이스라엘은 등교 이후 모든 연령 집단에서 감염자 수가 완만하게 늘어났음을 보고했습니다. 이 경우에도 중증환자나 사망률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학교 문을 닫아 감염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지난 1년 많은 증거가 축적됐습니다. 등교 제한은 전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급에 따라 등교 제한을 3분의 1 혹은 3분의 2로 하고 있습니다. 밀집도를 낮추려는 이런 조치는 언뜻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교실보다 훨씬 더 밀집도가 높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본 적 있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등교 제한 3분의 1, 3분의 2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교육 기회 박탈로 학생들에게 미치는 피해만 커질 뿐이지요. 밀집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기입니다. 2021년 2월26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교실에서 제대로 환기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양상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이를 통해 환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전면 등교’ 원칙 아래 선택지 줘야


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는 학교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간격을 1m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연구 결과 마스크 착용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2m와 1m는 코로나19 감염에 유의한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van den Berg, Polly, et al.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21).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는 전교생 등교를 실시하거나 추진하고 있습니다. 홍콩도 모든 교직원이 2주마다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조건으로 전교생 등교를 합니다. 일본도 대부분 지역에서 전교생이 등교합니다. 교육 기회를 잃는 아이들의 피해를 우리보다 더 심각하게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정책 당국은 등교시 코로나19 위험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야 합니다. 평균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등교한다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상시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가정의 아이들에겐 위험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학생에게 등교를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교 문을 전면적으로 열되, 원치 않는 가정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등교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등교를 시작하면 코로나19 감염이 늘어날 것이라 추측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추측은 사실이 아닙니다. 등교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반사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지요. 학교에 가지 않아 오히려 코로나19에 더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김은주씨처럼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감염될까 우려하는 학부모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걱정 많은 은주씨에게


예, 그렇습니다. 등교하면 아무리 조심해도 학교에서 감염이 생깁니다. 이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코로나19 감염이 원천 차단되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교 문을 닫는다면 학교에서의 감염을 막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편의점, 놀이터, 학원, 친구 집, 조부모 집과 같이 아이들이 학교 대신 가는 곳에서 감염이 늘어납니다. 학교 문을 닫았을 때, 학교에서의 감염이 줄어든 만큼 다른 곳에서 감염이 더 생깁니다. 이렇게 방역 효과는 없으면서 학업 성취와 사회성 발달 제한으로 우리 아이들의 남은 삶에 회복되지 않는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등교 제한입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미국 코넬대학 정책학과 교수

팁 | 정책의 효과와 반사실

정책의 효과는 정책이 도입됐을 때 결과와 도입되지 않았을 때 결과, 이 둘의 차이입니다. 정책이 도입됐을 때 결과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벌어진 일이니 성실하게 측정하면 됩니다. 정책이 도입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반사실’(Counterfactual)이라고 합니다. 이는 벌어진 일이 아니니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정책 효과 측정이 어렵지요. 이를 ‘인과성 측정의 근본적인 문제’(Fundamental Problem of Causal Inference)라고 합니다.

등교의 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등교가 코로나19 감염에 미치는 영향은, 등교시 감염자 수와 등교 제한시 감염자 수의 차이입니다. 등교수업이 진행됐다면, 반사실은 등교 제한시 코로나19 감염자 수입니다. 반사실을 잘 추정하는 것이 영향 평가의 핵심입니다.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서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죠? 가수 싸이의 노래 <어땠을까>는 이렇게 묻습니다.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배우자의 효과는 현재 내 삶과 내가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지 않았을 삶(반사실)의 차이입니다. 반사실은 추측만 할 뿐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모르는 게 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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