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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정인 "한국,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 담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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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특보, 일본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

"韓, 미·중 한쪽 진영에 속하지 않는 '초월적 외교'가 살길"

다자협력, 지역통합으로 새 질서 만들어야

"일본 외교,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 지적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하나의 진영에 속하지 않는 '초월적 외교'가 한국의 나아갈 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2020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서 사회를 보는 문정인 당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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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까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 이사장은 1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달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 공동성명에 중국 견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그럴 경우) 중국은 북한의 지원에 주력하게 되고 러시아도 가세해 동맹을 강화하게 돼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한국의 안보 부담은 한없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참가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지역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확인했다.

일본의 시각으로는 한국이 중국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북아 지역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이 중국 일변도로 방향을 잡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이어 "미·중 대립이 격렬할수록 한국의 선택은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대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나는 이것을 한국의 살길로 보며, '초월적 외교'라고 부른다"고 답했다. 초월적 외교란 "미·중 하나의 진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미·중 충돌을 막고, 외교적으로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외교"라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또 현재 일본 외교에 대해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동적이고, 과도하게 미국에 의존한다"고 평가했다. 과거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총리가 주창한 '환태평양연대구상'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으로 이어지는 등 일본이 국제사회의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을 주도해왔으나,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일본의 과도한 미국 편들기는 미·중 신(新)냉전의 고착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럴 경우 한·일 모두 안전보장면에서 부담이 늘어나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냉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일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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