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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너도 외도할 거냐” 딸 흉기로 수차례 찌른 아버지… ‘심신 미약’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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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인 집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자 앙심

딸이 현관문으로 도망치자 흉기로 하체 찔러

“살해 고의 없었다” 주장…법원, 징역 5년 선고

세계일보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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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처증이 있는 50대 남성이 자신의 전부인을 만나지 못하게 막았다는 이유로 친딸의 복부와 얼굴을 수차례 흉기로 찌른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다. 20년 전 이혼한 이 남성은 가족관계증명서로 토대로 주소를 알아내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는데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우울증 등으로 인한 ‘심신 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했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지난 5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18일 오후 7시쯤 전 부인과 두 자녀가 함께 사는 서울 중랑구 집을 찾아가 친딸의 왼쪽 허벅지, 하복부, 얼굴 등을 흉기로 가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의처증을 앓고 있었는데 평소 가족들에게 폭언과 협박 등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8년 전부인은 결국 A씨와 이혼했고 집을 나와 두 자녀와 함께 살았다.

A씨는 지난해 심리상담을 받던 중 자신의 우울증 원인이 전부인의 외도 때문이라고 판단했고, 전부인을 직접 만나 사과를 받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같은 해 9월 A씨는 서울 중랑구 동사무소에서 발급 받은 가족관계증명서로 전부인과 자녀들의 주소지를 알아낸 다음 같은 달 14일 전부인과 두 자녀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찾았다. 이들을 만나지 못한 A씨는 현관문에 자신의 연락처와 이름, ‘연락 기다리겠다’는 내용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놓았다.

친딸은 이 메모를 보고 A씨에게 연락했는데 A씨는 전부인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딸은 평소 폭력적인 성향이었던 아버지가 일을 낼까 두려워 완강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준비한 뒤 나흘 뒤 전부인의 집을 찾아 이들이 집에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딸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한 A씨는 딸을 집 안쪽으로 밀치며 흉기로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일보

집안에 들어온 A씨는 전부인이 집에 있는지 살피는 도중 딸이 현관문으로 도망치자 딸의 하체를 흉기로 또다시 찌른 뒤 “너도 네 엄마와 똑같은 사람이다, 바람피지 마라”고 폭언하며 다시 딸의 얼굴을 흉기로 그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딸이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스스로 범행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며 “음주와 심한 우울증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딸을 여러 차례 칼로 찌르면서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음주와 우울증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부인 등은 피해자인 딸이 A씨 범행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엄벌을 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범행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돼 직장을 잃었고 심대한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엄한 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면서도 “범행을 스스로 중지한 점, 범행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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