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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LG-SK 극적 배터리 합의 직전 최태원-구광모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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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우경희 기자, 이정혁 기자] [LG-SK 배터리 합의]박용만 중재로 비공개 회동…한미 우려 등 감안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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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2020년 1월2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린 신년 합동 인사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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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LG가 2년 가까이 진행해온 배터리 소송에서 극적으로 합의한 배경에는 한미 정부의 중재 외에 두 그룹 총수의 최근 비공개 회동 당시 논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의 소송전이 한미 양국의 첨단기술 공급망 우려로 비화되자 총수들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는 얘기다.

☞ 4월11일 보도 'LG-SK, 美 바이든 거부권 시한 전 전격 합의…우리손으로 끝냈다' 참조

11일 관련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구 회장은 지난달 말 서울 모처에서 최 회장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중재로 만나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은 공식적으로는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재계 후배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 박 회장과 평소 사이가 각별한 최 회장과 함께 구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했고 최 회장과 구 회장 사이에 상당한 교감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재계 한 인사는 "두 총수의 회동과 맞물려 한미 안보실장 양자협회에서 미국 정부가 배터리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표하는 등 양국 정부에서 우려가 나오면서 실무선에서 협의가 빠르게 진전됐다"며 "지난 10일 합의안을 최종 작성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 만료를 앞두고 합의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인력을 빼가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을 60일 동안 검토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이 11일(미국 현지시간)로 다가오면서 양사가 워싱턴 안팎에서 정무적 접촉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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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반도체 등의 첨단기술 공급망 취약점을 국가 안보 차원으로 보고 이를 보완하는 긴급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도 향후 공급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 전기차 산업과 지역 경제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산업 아이템으로 봤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두 그룹의 소송전이 'K-배터리 위기론'으로 확대될 우려를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수차례 전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월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와 3월4일 정부서울청사 정례 브리핑에서 "LG와 SK의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한다", "양사가 다투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격에도 맞지 않다"며 해결을 촉구했다.

정 총리의 지적대로 양사가 다투는 동안 중국과 유럽의 배터리 업계는 성장세를 거듭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24.0%로 치솟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23.5%)을 제치고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또다른 중국 회사인 BYD와 CALB도 각각 점유율이 9.6%로, 3.4%로 올랐다.

유럽 배터리업계는 한국과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가 높다는 데 위기감을 갖고 산업육성정책인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배터리 생산체인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가 출자한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는 내년부터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 PSA도 자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샤프트와 협업해 자국과 독일에 24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결국 총수들의 결단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였던 셈"이라며 "이번 합의가 'K 배터리 동맹'의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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