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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LG-SK 극적 합의···바이든 2조짜리 '조지아 고민'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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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결정 바이든 거부권 시한 하루 전

26억 달러 SK 조지아 공장 계속 건설

"어느 편 들지 않고 일자리·공급망 지켜"

'격전주' 된 조지아에서 영향력도 확대

중앙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1740억 달러를 들여 미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 곳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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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던 LG와 SK가 극적으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CT)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 하루 전에 나온 합의라, 복잡한 정치 함수 속에 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을 해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 등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CT에 제소해 승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10년간 해당 부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됐고, 조지아주에 짓고 있던 26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도 사실상 문을 닫게 될 상황이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포드와 폭스바겐 전기차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ICT의 결정대로라면 앞으로 배터리를 생산해 팔 수 있는 기한은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는 불과 2년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이 계속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지아 공장에선 2024년까지 2600명의 직원이 전기차 30만여 대를 위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번 합의는 지난 ICT의 결정뿐 아니라 다른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양측의 소송에도 적용된다고 전했다.

규정상 미국 대통령은 ICT의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시한이 일요일인 11일(현지시간)이었는데,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왔다.

가만히 있자니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책으로 추진했던 전기차의 안정적인 생산이 힘들어질 수 있고, 거부권을 행사하자니 미국이 강조해 온 지식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 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 공화당 텃밭에서 이제 격전지가 된 조지아주를 둘러싼 정치공학적 고민도 깊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차지였던 상원의원 2석을 모두 가져왔다. 그러자 일자리 수천 개가 날아가기 전에 두 회사를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혀 달라는 두 민주당 상원의원의 요구가 거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내년에 중간선거를 앞둔 라파엘 워녹 의원은 지난 ICT 결정을 두고 "조지아 노동자들의 명치를 때리는 일"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ICT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게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점도 부담이었다. 2013년 8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ICT가 아이폰·아이패드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결정을 번복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를 촉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캐서린 타이 신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 역할을 맡았으며, 조지아주의 두 상원의원을 포함한 관계자들도 각 회사 고위 임원들을 직접 만났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합의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도 구축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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