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1970년대생 국민의힘 대표가 나온다면 [노원명 칼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30대 의원 5명, 그리고 81명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반성문'을 냈는데 별 감동이 없다. 그들은 지난 1년간 당의 잘못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초선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젊은 유권자들의 고민을 공감하지도 못했다고 자책했다. 민주당 귀책사유로 치르게된 이번 선거에 당헌·당규를 바꿔가며 후보를 낸 점, 무리한 검찰개혁, 내로남불 행태 등을 대표적 잘못으로 꼽았다.

그 반성은 너무 쉽게 들린다. 선거패배로 하루아침에 통절한 깨달음이 온 것인지, 원래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꽁꽁 숨기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정치적 미성년자 혹은 금치산자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만에. 민주당 초선들의 잘못은 단지 선배들 뒤를 졸졸 따라간데 그치지 않는다.

이 당의 상당수 초선들이 지난 1년의 '폭주' 전면에서 홍위병으로 뛰었다. 나는 민주당 초선이라고 하면 김남국·김용민·이수진(서울 동작을)·이탄희·황운하 같은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의정활동과 발언을 지켜보며 참 억지스럽고 거칠고 막무가내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오해인가.

민주당 초선의원들중 상당수는 좋은 정치인이 되기 전에 좋은 시민이 되기도 어려운 도덕성과 교양머리를 보여주었다. 밑천이 얕으면 숨겨야 하는데 이들은 아무때나 아무곳에나 등장해서 인격의 밑천을 마구 드러내고 그러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시민의식 제고와 교양 함양을 먼저 해결하고 그 다음에 반성을 고민하든가 해야 한다.

반성에도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세모녀 살해범이 느닷없이 카메라앞에서 무릎을 꿇고 "숨쉬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위로가 아니라 분노를 느꼈다. 입만 갖고 하는 반성은 상대를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민주당 초선들은 반성문이 너무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지 않을지 생각했어야 했다.

당대표 경선 체제에 들어간 국민의힘에선 1970년대생들의 당권 도전 얘기가 들린다. 김웅·윤희숙·강민국 의원이 정확히 이 범주에 들고 1969년생인 김미애 의원도 그 또래다. 나는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일반 국민들의 이들에 대한 평가가 국민의힘 평균을 상회한다고 확신한다. 1년간 의정 활동이 나름 성실했고 젊은 세대가 공감할 목소리를 많이 냈다. 민주당 초선들과 달리 진영에 매몰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점잖고 상식적으로 보인다.

이들 세대에서 국민의힘 대표가 나오는 상상은 흥분이 된다. 1970년대생들로 말할것 같으면 한국 역사상 가장 유능했던 세대를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가장 '삐딱한' 세대를 형으로 둔 세대다. 삐딱한 세대가 주류가 된 시대의 정치지형은 '86 운동권 vs 무능한 보수'의 구도로 굴러간다. 삐딱한 세대에선 가장 삐딱한 이들이 권력을 잡고 보수마저도 무능하다는게 특색이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무능하다는 것이다. 그 당의 중진들중에는 인격적으로 점잖은 사람들이 많지만 대개는 곁불이나 쬐는 실력들이다. 정권보다는 당권, 이념보다는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는 위인들이다. 워낙 무능하기에 애당초 승부가 될수 없는 지난 보궐선거 마저도 그렇게 가슴 졸이며 치러야 했다. 새 당대표에 익숙한 인물이 뽑히면 내년 대선은 몇몇배 더 가슴졸여야 한다.

1970년대생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여당도 바꿔놓을 것이다. 86과 그들의 홍위병같은 초선들로는 젊어진 국민의힘을 상대할수 없기 때문이다. 덜 삐딱한 사람들로 대표 얼굴들을 교체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동반상승이 가능해진다. 1970년대생의 전면 포진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절망적인 한국정치의 교착 국면(삐딱이 대 무능이)을 타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친 김에 내년 대선후보도 1970년대생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상황이 인물을 만든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세훈은 1년전 서울 광진을에서 정치초짜 고민정에게도 지는 굴욕을 당했지만 시장후보 단일화 드라마를 거쳐 완벽히 부활했다. 정치란 드라마는 쓰기에 따라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1970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오십둘이다. 지도자하기 딱 좋은 나이다. 인물도, 능력도 된다. 대권후보 안될 이유가 무언가.

'윤석열을 어떻게 모셔오겠다'고 공약하는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가 된다면 한심한 일이다. 좀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안되나. 1970년대생과 윤석열이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으면 흥행이 될까, 안될까. 윤석열을 모셔와 어떻게 해 보겠다는 계산 이전에 대선 흥행의 판을 키울 생각부터 해야 한다. 그럴려면 이번 대표 경선에 1970년대생 주자들이 대거 뛰어들어야 하고 앞으로 1년간 국민의힘 전면에서 얼굴을 내비쳐야 한다. 사령부를 점령하라는 것이다.

[노원명 오피니언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