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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北김정은이 언급한 '고난의 행군'…언제, 어떻게 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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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엔 사상 강조하는 '정치적 구호', 주민에겐 '생계 문제'

사상을 조여 '내부결속'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일 듯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인 8일 제6차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결론과 폐회사를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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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5년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를 다시 사용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북한 내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했던 시기인 1990년대 중후반,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은 당적 구호다.

이 용어는 북한 당국에게는 사상 의지를 강조하는 정치적 구호였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국가의 배급중단으로 자체적으로 생계문제를 해결하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절박한 생존의 시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고난의 행군은 그보다 앞선 1938년 12월부터 1939년 3월까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때는 김일성이 이끄는 항일 빨치산부대가 일본군의 추격을 뿌리치고 감행한 행군으로, 혹한의 추위를 겪으며 벌인 전투의 정신을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 당국은 사용해 오기도 했다.

또 북한은 1950년대 6·25전쟁 이후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고난의 행군' 정신 구호를 내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무거운 의미를 지닌 단어가 바로 '고난의 행군'이다. 이 때문에 최근 김 총비서가 이 용어를 언급한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총비서는 지난 8일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를 통해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 제재의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으로 어려워진 북한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당 간부들이 고난의 행군을 되새기며 내부 기강을 다잡으라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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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9주기를 맞아 각지 일꾼들과 근로자들, 인민군 장병이 평양 만수대 언덕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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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비서는 5년 전인 지난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도 '고난의 행군'을 다수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민족의 대국상(김일성 사망) 후 우리를 압살하려는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정치·군사적 압력과 전쟁 도발책동, 경제적 봉쇄는 극도에 이르렀으며 여기에 혹심한 자연재해까지 겹쳐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서 형언할 수 없는 시련과 난관을 겪게 되었다"며 "우리 인민은 역사에 유례없는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둘레에 일심단결하여 한결같이 일떠선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의 영웅적 투쟁에 의하여 우리는 장기간에 걸친 치열한 반제 반미대결 전에서 연전연승을 이룩하고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승리적으로 결속하였다"고 밝혔다.

또 "반제자주적입장,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지난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우리 당과 인민 앞에 자주적 인민으로 존엄 있게 사느냐, 또다시 제국주의의 노예가 되느냐 하는 사생결단의 문제로 첨예하게 나선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7차 당대회를 개최하기 직전인 2016년 3월은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나온 때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당시 김 총비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경제난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로 '고난의 행군'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15년 7월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을 통해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다.

당시 그는 "준엄한 날에나 영광의 날에나 당과 생사운명을 함께 하며 '고난의 행군', 강행군의 엄혹한 시련도 꿋꿋이 이겨내고 당을 따라 선군혁명천만리를 억세게 걸어갈 신념의 기둥을 새 세대들의 심장 속에 세워준 전쟁로병들의 고결한 정신세계는 모두가 따라배워야 할 혁명가적 풍모의 귀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 총비서가 언급을 한 행사가 전국노병대회인만큼 노병들의 '사상 무장'을 본보기로, 젊은 세대를 포함한 주민들의 결속을 꾀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김 총비서는 2013년 3월에 개최된 전국경공업대회에서도 연설을 통해 '고난의 행군'을 말했다.

김 총비서는 그때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준엄했던 '고난의 행군'시기로부터 생애의 마지막 나날까지 온갖 심혈과 로고를 다 바치시여 마련해 주신 현대적인 경공업토대는 우리가 승리의 주로를 따라 질풍같이 내달릴수 있는 훌륭한 용마이며 이 용마를 잘 타기만 하면 경제강국의 령마루를 단숨에 점령할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역시 선대인 김정일 위원장과 그가 고난의 행군을 지나온 시기를 상기시키며 주민들의 체제 결속, 사상 무장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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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를 마친 전쟁 노병들의 귀향 소식을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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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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