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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노재팬이 바꾼 홈퍼니싱 시장 판도…'무인양품' 지고 '자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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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지난해 매출 2500억원…매년 100억원씩 성장

노재팬 여파에 '잘 나가던' 무인양품, 2년 연속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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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홈퍼니싱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노재팬' 여파다.

한국 사업 보폭을 빠르게 넓히던 '무인양품'(MUJI)의 아성이 깨지며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대체재로 거론됐던 '자주'는 국산품 애용 분위기에 힘입어 빠르게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덩치 키웠다…자주 지난해 매출 2500억원

11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자주는 지난해 매출 2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2100억원에서 5년 만에 매출이 약 19%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까지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자주는 지난 2012년 신세계의 생활용품 브랜드 '자연주의'가 전면 리뉴얼돼 재탄생한 브랜드이다. 브랜드 리뉴얼 뒤 연 매출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일본계 홈퍼니싱 기업 무인양품이 노재팬 여파로 주춤한 사이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신규 매장 출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촉발된 지난 2019년 말 174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 216개까지 대폭 늘었다.

다만 과거에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 중심으로 신규 매장을 출점했다면, 최근에는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추세다. 단독 매장은 물론 상권 특성에 따라 매장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자사몰인 '에스아이빌리지'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신논현역 인근에는 자주 단독 매장을 연 것도 판매 채널 다각화의 일환이다.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아 신규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멤버십을 대상으로 하는 '자주 올 굿 카페'도 열었다. 백화점 VIP 처럼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 커피 등 차별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층간소음 방지 슬리퍼와 캠핑 용품 등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품목들을 조사해 자주만의 핵심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라이브커머스·자사몰 등을 통한 온라인 채널 강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주의 성장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이에 지난해 8월 자주를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사령탑으로는 이석구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 대표의 성공 DNA를 자주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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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무인양품…노재팬 여파에 울상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홈퍼니싱 산업 호황으로 자주가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무인양품은 하락세로 돌아서며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일본 대형마트 '세이유'의 생활용품 PB 상품으로 출발한 브랜드다. 국내에는 지난 2004년 12월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6대 4 지분으로 '무지코리아'를 설립하며 본격 진출했다. 국내 진출 이후 무지는 심플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지난 2017~2018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며 홈퍼니싱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 2018년 2월 당시 매장 수가 28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점포 수 대비 매출 효율은 높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노재팬 여파로 지난 2019년부터 실적이 고꾸라졌다.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연도 변경(1월~12월→9월~8월)을 거친 무인양품은 최근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1~8월까지 매출을 공개했다.

이 기간 무인양품은 6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8개월 간 매출은 최고 전성기를 누린 지난 2019년 연매출(137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영업손실 폭도 커졌다. 지난 2019년 71억원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8개월 만에 117억원까지 확대됐다. 소비자들이 일본산 제품을 외면하면서 2년째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업계에선 일본산 브랜드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노재팬을 넘어 '국산품 애용의 생활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일본산 제품의 대체재로 거론된 브랜드의 매출은 노재팬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그리며 활약하고 있다.

유니클로 대체재로 꼽힌 신성통상 '탑텐'의 지난해 생산실적도 전년 대비 40.5% 늘었다. 5년 전 134개였던 점포 수도 425개까지 늘었다.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도 전년 대비 85.7% 줄었다. 반면 네덜란드·미국 맥주는 1~2위에 오르며 오히려 수입액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 사용을 지양하고 대체재로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분위기에 일본계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며 "자주도 한일갈등으로 인한 노재팬 여파로 무인양품 대체재로 자리잡은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용품 판매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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