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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열여섯의 책임, 직업계고⑧] 아이들이 우리에게 미래를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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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직업계고등학교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운구차가 고등학교 운동장을 빙 돌았다. 2학년 황모군(당시 18세)의 작별 인사다. 황군은 ‘2007년 4월 대구시 기능경기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었다. 그날은 겨울방학이었고 토요일이었다. 황군은 학교 실습실에서 폭발한 압축기 뚜껑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할머니와 살았던 황군을 기억하는 이는 적었다. 그의 이름은 오랫동안 황모군으로 불렸다. 지역을 수소문해 찾아낸 이름 석 자는 고(故) 황준혁.

그 뒤로도 수많은 직업계고 학생이 죽거나 다쳤다. 이들을 위한 안전망은 허술하다. 정부는 학생이 숨질 때마다 제도를 손질했다. 땜빵용 대책으로 고비를 넘겼다. 교육부는 안전사고 문제로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했다. 취업률을 교육청 평가 주요 지표에서 제외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은 1년 만에 부활했다. 취업률을 3년 내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원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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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태현 기자
사고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집계는 제대로 하고있는 걸까.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학교가 현장실습 모니터링 시스템에 직접 기재한다. 보고하지 않아도 시정 권고에 그친다. 내용은 부실했다. 2017년까지는 사고 내용 입력란이 없었다. 학생이 무슨 이유로, 어떤 부상을 입었는지 핵심 정보가 빠졌다. 학교, 학과, 이름, 업체명만 올리면 끝이었다. 2018년이 돼서야 바뀌었다. 부처별로 각자 집계하다 보니 숫자가 통일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서 받아본 도제학교 사고 내역은 서로 달랐다.

‘인문숭상 기술천시’ 인식의 뿌리는 깊고 단단했다. 대구 달서공고 김홍래 교사는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현실은 다르다. 기술직을 천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직업계고 출신 권영국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현장에서 기계를 만지고 몸을 움직이는 노동을 깔본다. 사무직을 기술직보다 우대하는 학벌주의가 서글프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높은 무관심의 벽 앞에서 절망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 속 지난해 3월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인문계 위주였다. 수능·대입 입시는 직업계고와 먼 얘기다. 또다시 소외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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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박태현 기자


국회라고 다르지 않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 건이다. 이마저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개정안이다. 나머지 발의안들은 소관위 심사 중이거나 대안반영폐기됐다. 인식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쿠키뉴스는 지난해 7월20일~8월2일까지 전교조 직업교육위원회와 함께 21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직업계고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률은 10%(33명)를 겨우 넘겼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16명 중 답하지 않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유기홍(위원장)을 포함해 12명이었다.


수십 년째 제자리다. 성과가 최우선인 직업 교육 정책. 큰 바위는 사람이 죽어도 꿈쩍 않는다.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현실이 분통스럽다. 미안한 마음 역시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 교사는 “아이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되는 현장을 교육부는 모른 체 했다. 교육부가 아니라 고용노동부”라고 꼬집었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뭐랄까. 아이들을 품지 못한 사회, 교사로서 이런 교육 환경을 유지해왔다는 생각에 어른으로서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영상 제작=우동열 PD, 촬영=김해성·이승주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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