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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세훈 서울시장도 TBS 못 건드린다?…김어준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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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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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방송가의 화제는 단연 교통방송 TBS와 방송인 김어준씨였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야권 인사들은 김씨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후보 시절 자신과 같은 당 소속 후보였던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해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뉴스공장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당선되더라도) 김어준씨가 계속 (방송을)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했다. 이후 논란은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는 지역공영방송 TBS의 시사·보도프로그램 편성 적법성 여부와 오 시장 취임 이후 김씨의 거취까지 번진 상태다.


김어준 "막방 바라겠지만…吳방송개입 덕에 TBS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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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2021.4.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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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면 방송업계에선 오 시장 취임 이후에도 TBS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서울시가 TBS 출연 예산을 마음대로 줄이거나 늘리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인 데다 독립재단인 TBS에 인사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다. 방송가에선 TBS와 김씨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내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씨도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8일 뉴스공장에서 "마지막 방송인 줄 아는 분들이 많다. 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분들도 있지만 그게 어렵다"며 "저의 의지도, TBS의 의지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시절 오세훈 당선인 덕분"이라고 했다. 김씨는 "오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TBS를 서울시 홍보방송으로 인식해 방송 개입이 많았다"며 "이후 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TBS가 독립되도록 구조가 꾸준히 만들어져 TBS도 재단으로 독립했다"고 했다.

특히 "고(故) 박원순 전 시장도 방송 출연을 마음대로 못 했다. 출연을 요청했지만 거절하기도 했다"며 "TBS 사장도 마찬가지다. 방송 내용을 이렇게 해라, 누구를 넣어 달라고 못한다. 그렇게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하에서도 뉴스공장을 이전처럼 진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TBS도 지난 5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TBS가 시사보도를 하는 건 불법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튿날 "사실과 다른 명백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TBS는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배부한 TBS의 방송허가증에는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TBS에 금지하고 있는 것은 상업광고방송뿐이다.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건 적법한 행위"라고 했다.


TBS 예산의결 시의회, 與절대다수…인사권·편성개입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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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소속 유승수 변호사(왼쪽)와 정우창 미디어국 팀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어준·주진우·김규리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TBS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 온 “‘100만 구독 캠페인’ #1합시다” 캠페인이 사전선거운동 위반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021.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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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예산 편성·집행 구조와 법적 성격을 봐도 서울시의 입김이 작용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TBS는 1990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출발해 지난해 2월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는 독립재단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새로 출범했다. 독립재단 출범 전인 2019년 예산 506억원 중 422억원(83%)을 서울시에서 지원받았고 출범 후인 지난해에도 70%가 넘는 400억여원을 서울시에서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서울시가 돈줄을 쥐고 있지만 예산이 확정되려면 서울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시의원 109명 중 절대 다수인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란 점을 감안하면 예산을 깎기란 사실상 어렵다.

인사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TBS가 독립재단이 되면서 이사장과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임명 또는 해임한다. 서울시장이 임원 임명권을 갖고 있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2명의 추천권도 있지만 시의회와 TBS 이사회가 각각 3명, 2명씩 추천할 수 있어 서울시 입맛에 맞는 인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 시장이 김씨에게 "(시사보도가 아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했지만 방송법상 방송 편성에 개입하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오 시장과 TBS, 김씨의 정치적 갈등·대립과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친여 성향인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 내년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조국 사태 이후 친여 인사 저격수로 돌아선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8일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이 TBS와 김씨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냅둬요 더 망하게. 아직 대선 남았잖아요. 김어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라고 썼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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