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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유니폼 입고 '폼나는 인생2막'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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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시니어클럽협회 바리스타 교육 찾아가보니…

60세 이상 대상 교육해 지난해까지 370명 수료

코로나 19로 올해 첫 교육 밀렸지만 교육열 후끈

겁먹지 말라는 선배들 조언…"밥 짓는 것보다 쉽다"

[군포=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저같이 나이 든 사람은 건강을 지키는 게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려면 일을 하는 것이 최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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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 군포시니어클럽 바리스타교육장에서 만난 정길영(66)·이종설(74)씨 부부. 정씨는 생애 첫 취직에 도전하고자 인천 집에서 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다.(사진=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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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 군포시니어클럽 바리스타 교육장에서 만난 정길영(66·여)씨는 커피 기술을 익혀 생에 첫 취직에 도전하리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주부로 살아온 그이기에 인천 집에서 교육장까지 오가는 수고가 기껍기까지 하다. 남편 이종설(74)씨는 부인의 발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씨는 “아프지 않고 품위 있게 늙으려고 남편 손을 끌고 왔다”고 했다.

바리스타 교육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한국시니어클럽협회가 마련한 은퇴자 재취업 프로젝트 일환이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2019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수료자 370명을 배출했다. 이날 올해 첫 교육은 코로나 19로 예년보다 시작이 늦었다. 방역 탓에 수강 인원도 최대 8명으로 제한했다. 강의실을 채운 수강생은 6명뿐이었다.

커피를 내리는 실습 시간이 되자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갈아낼 원두 양은 적정한지, 간 원두를 담은 용기에 수평이 유지되는지, 용기에 원두를 눌러담는 기구의 파지법은 맞는지 등이 제법 수준 있는 질문이었다. 실습을 도우러 온 장진 스타벅스 안양역R점 부점장 손길도 바빠졌다.

매해 교육을 자처하는 장 부점장은 “교육열이 늘 뜨겁다”고 전한다. 그는 “어린 친구들보다 배우려는 의지가 세다”며 “발표 자료에 있는 내용을 모두 필기하던 70대 교육생이 `화면을 넘기지 말아달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고 전했다. 정씨 부부처럼 타지에서 오는 신청자가 예사인 것을 보더라도 짐작이 간다. 교육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시니어클럽의 홍은숙 대리는 “지난 교육 때는 부산에서 온 신청자가 있어서 충남 세종에서 온 신청자의 열의가 무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맞춤 교육 내용이 흥미롭다. 예컨대 수마트라 원두 맛은 쌉싸래하고 후추 맛이 감도는 데에 빗대서 `쌍화차 맛`라고 부르는 식이다. 커피의 맛을 표현하는 얼시(earthy)하다는 `흙맛`으로, 버티(buttery)는 `땅콩맛`으로 바꾸는 식이다. 커피 용어 상당수가 영어이다 보니 익히는 데 으레 겁을 먹을 수 있다. 교육은 어려운 용어를 몽땅 한국식으로 바꿔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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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교육 최고령 수료자 김영희(76·왼쪽)씨와 황순선(67)씨가 7일 군포시니어클럽 카페에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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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도 겁먹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운다. 2019년 교육을 수료한 황순선(67)씨는 고개를 저으면서 “밥 짓는 것보다 커피 내리는 게 쉽다”고 한다. 군포시니어클럽 건물 지하 카페에서 일하는 황씨는 “이 나이에 나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라며 “출근 화장하는 시간이 제일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황혼에 이르러 비로소 스스로를 찾는 데에서도 의미가 크다. 황씨와 함께 일하는 최고령이자 1기 수료생 김영희(76)씨가 사례다. 8남매 집에 맏며느리로 들어가서 시부모를 여의고, 시동생이 출가하는 걸 지켜보고 나서야 예순이 넘은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커피는 그가 집에서 밖으로 나가도록 징검다리를 놓아 주었다.

김씨는 “바리스타처럼 유니폼 입고 하는 일이 얼마나 폼 나는지 모른다”며 “더 늙기 전에 해보라”고 권유했다. 인천에서 온 정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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