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일인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시민들이 소상공인 버팀목 플러스 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4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 플러스’의 신청 및 지급이 29일부터 시작됐다. 사업자 번호를 기준으로 홀수와 짝수로 나눠 29일과 30일 신청이 이뤄졌는데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로부터 “억울하다”는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의 ‘사각지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31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4차 재난지원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제한’이 됐던 업종이라도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감소해야만 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 피해를 본 사업체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줄을 잇고 있다.
━
2019년 1주일 영업…"대상서 제외"
김모(40)씨는 지난 2019년 12월 24일 전북 부안에 음식점을 개업했다. 개업 후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해 1월부터는 홍보 효과 등으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2월부터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하자 다시 매출이 감소했다. 임대료와 공과금을 포함한 월 고정비용 200만원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그런데 김씨는 4차 재난지원금 신속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 달에 임대료랑 공과금만 해도 200만원이 나가는데 지난해 8월부터는 그마저도 못 내서 계속 빚을 내는 상황”이라며 “남편이랑 둘이 퇴직금에 대출까지 ‘영끌’해서 차렸는데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19로 빚을 떠안고 정부에서까지 외면받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의 형평성을 재고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게시판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대출 이자라도 갚으려고 했는데…"
2019년 5월부터 경남 김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혜진(42)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김씨는 “대출받아 새로 인테리어까지 해서 매장을 오픈했는데 외진 곳에 있는 카페인지라 꾸준히 단골을 만들면서 2019년을 버텼다”며 “지난해 들어 매출이 올라갔지만 코로나19가 확산했고, 매장 내 음료 섭취 금지라는 영업제한으로 하루 매출이 5만원까지 줄기도 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에만 5000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매달 고정비로 500만원이 나가는 상황에서 이를 충당하기 위한 수단이 대출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이 막혀 재난지원금 300만원을 받으면 이자라도 갚으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안 된다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
사각지대, "매출 늘었지만, 이익 줄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매출로 비교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민호(33)씨는 지난해 2월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주문이 많아 지난해 매출은 2019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김씨는 “만원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고 하면 배달업체에 내는 수수료랑 배달비 지원으로 부담하는 돈만 4000원”이라며 “재룟값을 제외하면 딱 800원이 남는데 매출이 증가했다고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부가세 신고액만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건 정부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업제한을 보상하는 차원이라면 영업제한 전후를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코로나19 피해계층을 대상으로 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업종·위치 변수…"영업제한 전후 비교해야"
서울 마곡나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경숙(55)씨는 마곡지구 개발이 진행되던 2017년 말 개업했다. 개업 당시엔 공사현장 근로자 외에는 손님이 없었고, LG 등 기업이 입주한 2019년 말부터 흑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신씨는 업종이나 지역마다 특수성이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을 기준으로 손실을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새로 개발한 곳이라 임대료가 비싼데도 2020년부터는 괜찮을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버텨왔다”며 “코로나19로 인근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면서부터는 매달 적자만 수백만 원이다. 그런데도 2019년이랑 비교해서 지난해 매출이 조금 더 나왔다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
정부 "4월 중순부터 따로 신청받는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버팀목자금 지원 대상자 385만명 중 국세청 자료만으로 확인 가능한 270만명에 대해 신속지급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속대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이 있다고 보고 ‘사각지대’를 살펴보겠다”며 “4월 중순부터 따로 신청을 받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