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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낡은 가방과 전셋값 인상…김상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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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김상조 청와대 전 정책실장이 29일 본인 소유 아파트 전셋값을 정부의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14.1%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낡은 가방을 들고 온 김 후보자의 모습.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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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전셋값 14.1% 인상 후폭풍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2017년 6월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했고,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을 거쳐 2019년 6월부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달 29일 사퇴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꽃길을 걸었지만, 마지막은 불명예 퇴진이라 할 만하다.

시간을 2017년 6월 2일 국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김 후보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공정, 정의 등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당시 김 후보자는 시민단체 활동 등에 힘입어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의 낡은 가방이었다. '대학원 때부터 썼다는 다 떨어진 가방' '정말 물욕이 없는 분'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런 말도 나왔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가방 꼴이 그게 뭐냐'는 질문에 '사회적 신분이 뭐냐'고 되물었다는 내용이다. '김 후보자의 가방에서 문 대통령의 낡은 신발이 떠올랐다'는 비유도 나왔다.

여기엔 반전이 있었다. 20년 된 가방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가방이 부각하자 "오늘 들고나온 가방은 20년 된 가방이 아니며 산 지 5년 된 가방"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가방 곳곳에 긁힌 자국이 있는 걸 보면 평소 가지고 다녔던 것은 사실이었을 게다.

그런데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은 김 후보자의 두 차례 위장전입이었다. 그는 "제 처가 대장암 말기였다. 1년간 항암치료를 받고, 5년 안에 생존율이 반반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수술받았던 병원이 강남 모 대학병원이었다. 항암치료를 위해 이사갔다"고 해명하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2020년 7월 30일 국회 본회의장.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이 통과됐다. 다음 날(31일)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됐다. 잡음은 많았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실장은 청와대에서 부동산 현안과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을 맡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 25일 불거졌다. 김 전 실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전자관보를 통해 공개한 '2021년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서 본인 소유 강남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보증금을 1억2000만 원(14.1%↑)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 시점은 전월세 인상 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7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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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던 당시.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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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8일 "김 정책실장이 거주 중이던 금호동 아파트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시세보다 낮았던 청담동 아파트 전세금을 세입자와 합의해 인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거주하는 전세 아파트 인상금액은 5000만 원이고, 본인 소유 아파트에서 세입자에게 올려 받은 금액은 1억2000만 원이었다. 김 전 실장의 낡은 가방에 이은 또 한 번의 반전이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김 전 실장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다. 그는 분명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그 역시 인간이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 역시 눈앞의 경제적 이득에서 누구나 보이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 말이다.

그런데도 김 전 실장에게 실망한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논란에 국민은 김 전 실장에게 바랐던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전 실장의 전셋값 인상 논란은 전후사정을 떠나 실망할 수밖에 없다.

조선의 양반과 선비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 조윤민 작가의 '두 얼굴의 조선사-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에는 이런 글이 있다.

'많은 토지와 노비를 보유한 훈구파에 비해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이 양극 구도는 사림파가 훈구파의 축재와 전횡을 정당하게 공격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 될 수 있었다. 축재의 훈구파는 비도덕적 인물이며, 청빈한 사림은 도덕적 인물이라는 선악의 이미지까지 형성 가능했다. 결국 사림과 훈구의 다툼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짜이고, 사림은 도적 헤게모니와 함께 권력 쟁취를 위한 대의명분을 과시할 수 있게 된다. 청빈한 사림과 축재자 훈구라는 왜곡된 선악구도는 오늘날까지도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의 이번 논란을 보며 조선의 백성이나 2021년 국민은 결국, 정치의 노리개에 지나지 않음을 다시 느끼게 된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약 4년 전 그의 낡은 가방은 그저 눈속임이었을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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