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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나도 자영업자라 더 힘들다" 번 돈 절반 이상 빚 갚는데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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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자료 제공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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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가구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여파로 매출 감소 충격이 커지면서 빚 상환 능력이 악화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 음식, 숙박, 운수, 교육 등 대면 서비스 업종과 소득 1~2분위인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최근 자영업자의 재무건정성 현황과 평가'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자영업자 가구 매출은 줄어드는데 대출은 늘어

먼저 자영업자의 소득 측면에서의 채무상환 능력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 등으로 대체로 악화됐다. 자영업자 가구의 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10.0%, 2분기 15.4%, 3분기 15.9%, 4분기 17.3%로 커지는 반면, 매출 증가율은 이 기간 -5.5%, -3.6%, -1.9%, -4.6%로 부진이 이어졌다.

자영업자의 DSR(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말 37.1%에서 12월말 38.8%로 상승했으며, 정책효과를 제외하면 42.8%까지 치솟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를 시행한 바 있다. 당초 올해 3월 이 조치를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9월까지 6개월 추가 연장을 발표했다.

DSR은 1년간 갚아야 할 대출원금과 이자의 합을 연소득과 비교한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소득 대비 상환해야 할 대출원금과 이자가 많다는 뜻으로 부실 위험은 커진다. 예컨대 자영업자 A씨의 DSR이 40%라면 A씨가 연간 100만원을 벌어 40만원 가량을 빚을 갚는데 쓴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업종별로는 도소매(39.1%→39.5), 숙박·음식(44.1%→49.3%), 운수(34.0%→42.5%), 부동산(35.5%→40.3%), 교육(35.0%→43.2%), 여가(44.5%→53.6%), 개인서비스(이미용, 세탁소 등 55.2%→57.1%)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원리금 상환유예에도 불구하고 DSR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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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낮을수록 재무건전성 저하 취약

소득분위별로는 자영업자 가구 중 고소득으로 분류하는 5분위(34.0%→33.5%)는 DSR이 소폭 하락한 반면, 그 외 소득층(1~4분위)은 모두 상승했다. 이 가운데 저소득인 1분위(37.5%→40.2%)와 2분위(42.9%→47.2%)의 DSR 상승폭은 각각 2.7%포인트, 4.3%포인트로 여타 소득계층보다 재무건전성 저하가 취약했다. 원리금 상환유예 등 정책효과가 없었을 경우 소득 1~2분의 DSR은 각각 44.4%, 52.2%로 올라가 더 상승했다.

자영업자의 LTI(소득 대비 부채비율)는 지난해 3월말 195.9%에서 12월말 238.7%로 큰 폭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212.8%→260.0%), 운수(132.4%→202.9%), 숙박·음식(229.5%→299.4%), 교육(180.7%→272.5%), 개인서비스(188.4%→236.3%) 등 모든 업종에서 상승했으며, 소득분위별로는 특히 저소득층의 상승폭이 높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

자영업자 가구 중 소득 1분위의 경우 LTI가 263.3%에서 327.1%로 상승해 소득 1~5분위 가구 중 유일하게 이 비율이 300%를 넘어섰다. 다른 소득 분위 가구 대비 저소득 가구에서 빚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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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다 팔아도 빚 못 갚는 가구 크게 늘어

한은은 이번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자영업자 가구 중 고위험 가구와 부채 규모를 추정했다. 고위험 가구는 DSR이 40% 이상이면서 동시에 DTA(총부채금액/자산평가액)가 100% 이상인 가구다. 쉽게 말해,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연소득의 40% 이상을 쓰고,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상환할 수 없는 가구를 의미한다.

자영업자 중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19만2000 가구로 이들의 금융부채는 76조6000억원 규모다. 이는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6.5% 수준이며 금융부채 기준으로는 15.2%를 차지하는 것이다.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말 대비로는 8만3000 가구 늘었으며, 고위험 부채는 37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없었다면 고위험가구는 20만7000만 가구로 9만8000 가구 더 늘고, 고위험 부채는 79조1000억원으로 불어나 40조4000억원 증가한다.

지난해 12월말 고위험 가구의 업종별 구성(금융부채 기준)을 보면 도소매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운수, 보건, 개인서비스 등이 높게 나타났다.

소득분위별로는 중·저소득층(소득 1~3분위) 비중이 가구 수 기준으로는 59.1%, 부채금액 기준으로는 40%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매출 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리금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 악화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며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 시 유예된 원리금의 분할 상환 등 보완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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