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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임성근 탄핵 첫 재판…"법관대표회, 특정硏 비율 조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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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기일인 24일 오후 주심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관(왼쪽부터)과 이영진 수명재판관, 이미선 수명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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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관여' 의혹으로 탄핵재판을 받게 된 임성근(57·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첫 재판이 24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은 변론 준비기일이어서 이번 탄핵심판의 준비 절차를 진행하기로 지명된 수명(受命) 재판관인 이석태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만 참석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전반적인 진행을, 이석태 재판관은 쟁점사항질의를, 이미선 재판관은 증거신청 관련 부분을 맡았다.

임 전 부장판사도 출석하지 않았고, 양측 대리인만 출석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됐다. 본 기일이 시작되면 9명의 전원재판부가 모두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재판 이익 없다" vs. "헌법 질서 위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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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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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2월 4일 임 부장판사가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 조항 등을 위배했다며 탄핵 소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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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세월호 7시간’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개입하고, 야구선수들이 연루된 도박죄 약식명령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사건에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해 수정된 판결문을 등록하게 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에도 위배되는 재판관여행위라고 탄핵 소추 이유를 밝혔다.

임 전 부장 측은 먼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어떤 조항을 위배했는지 청구인 측 주장이 분명하지 않다”며 소추 내용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범죄사실 별 어느 부분이 위반인지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서면으로 소상히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양측은 지난 2월 28일 임 전 부장판사의 법관 임기가 만료된 점이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정반대 주장을 폈다.

청구인 측은 “임기가 만료되었어도 헌법 위반에 대해 판단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할 필요가 있어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전 부장 측은 “임기 만료로 탄핵 심판의 이익이 없고, 법관징계법상 동일한 사유로 징계를 받았는데 탄핵 소추된 것이어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며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 측, “법관대표회, 임원 중 과반이 특정 연구회 소속”



임 전 부장 측은 재판부에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촉구했던 초대 법관대표회의와 관련해 사실조회 신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 측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 중 특정 연구회 소속 구성원의 비율이나 임원진 중 특정 연구회 비율이 어떤지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법관대표회의 의장이 현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인데, 의장을 비롯해 임원 중 과반이 특정 연구회 소속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법관대표회의 참석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도 했다.

초대 의장인 최기상 의원이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점 포함해 당시 운영진과 법관 대표들 상당수가 우리법연구와 그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의혹을 두고서다.

그러자 청구인 측은 “사실조회 내용이 이 사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반대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받은 뒤 채택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재판관 출신 송두환 vs. 이동흡 대리인 신경전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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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기일인 24일 오후 헌법재판소 소재판정에서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 대리인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왼쪽)이 임 전 부장판사의 대리인인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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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에서는 청구인 측 송두환 대리인과 임 전 부장 측 이동흡 대리인(전 헌법재판관)이 의견 개진과 반박을 이어가며 긴장감을 높였다. 두 명 모두 헌법재판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두 대리인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헌법재판소에 접수한 의견서를 두고도 맞붙었다. 먼저 이 대리인이 “참여연대는 이 재판에서 의견서를 낼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데,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닌가 한다”며 “헌재에서 반환하든 단호한 견해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송 대리인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모든 종류의 권력행사에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전달할 기본 권리가 있다”며 “이를 어떤 무게로 볼 건지는 재판부의 재량인데,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논리”라고 맞받았다.

이영진 재판관은 “이 사건은 사상 최초의 중요 사건으로, 저희도 아주 신중, 치밀하게 여러 가지 검토하며 재판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로 임성근 전 부장 탄핵심판의 준비절차는 종료됐다. 하지만 서울고법에 송부를 요청한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사건 기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추후 기일을 정하진 못했다. 재판이 끝난 뒤 임 전 부장 측은 “본 기일에는 임 전 부장판사가 출석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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