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7조원 규모로 편성됐던 정부 비상금 격인 목적예비비 89%가 이미 소진된 상태로, 8000억원만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에 대한 3차 재난지원금으로 4조4000억원이 빠져나갔고, 나머지 1조8000억원은 백신 구입비·코로나19 방역 지원 등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이 재난지원금 등에 정부 비상금을 헐어 쓰면서 앞으로 태풍·수해 피해 등이 발생할 경우 대처할 국가 예산이 거의 남지 않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유사시 추가경정예산을 재차 편성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비비는 사고나 재난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쓰도록 편성한 예산이다. 기재부는 이 돈을 정확히 어디에 사용했고 얼마 남았는지를 당해 회계연도 중에는 밝히지 않다가 이듬해 결산에야 공개하고 사후 국회 심의를 받는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목적예비비가 1조2000억원 정도는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요 지출 이유는 재난지원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3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목적예비비 7조원 중 4조8000억원을 끌어 쓰기로 결정했다.
남은 비상금으로는 향후 태풍·가뭄 등 재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작년 목적예비비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이 코로나19 대응 목적 외 수해 복구 명목 등에 지출됐다. 여권이 정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추경 카드를 또다시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잔액으로도 향후 재해 대응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 1차 추경을 편성하고 있는 중인데 또 다른 추경을 얘기하기엔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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