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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 백과사전 260] 혼다클래식의 스트립 샷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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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는 벗고 팬티에 상의는 밑 단을 말아 올려서 샷을 준비하는 웨슬리 브라이언.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나체 스트립 샷이 연발됐다. 이틀간 방송에 잡힌 것만 세 번이니 역대 최다일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 챔피언 코스(파70)는 18개 중에 15개 홀이 페어웨이 옆으로 호수다. 그래서 약간만 샷이 삐끗해도 공은 해저드 구역으로 향한다. 문제는 바로 물에 빠지는 게 아니라 뻘에 멈춘다는 데 있다.

한 타에 크게는 수십만 달러까지, 혹은 컷 통과 여부가 걸린 선수들은 벌타를 받고 뒤에서 치는 것보다는 벌타없이 뻘에서 그대로 치려 한다. 그러자니 옷을 벗고 들어가서 트러블 샷을 해야 한다. 뻘에서 샷을 하면 진흙이 옷에 튀기고 프로로서는 몹시 민망하고 추한 모습을 보여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순간의 창피함을 무릅쓰고 신발, 양말은 물론 셔츠에 바지까지 벗고 물과 진흙이 이어진 뻘로 들어가는 것이다.

19일(한국시간) 1라운드에서는 누드 샷이 두 번이나 방송에 잡혔다. 443야드의 11번 홀은 그린 앞은 얕은 워터해저드다. 오전에 경기한 애덤 스캇(호주)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못 미쳐 뻘에 빠졌다. 잘생긴 훈남 이미지를 오래 지켜온 스캇은 고민 끝에 옷을 완전히 벗지는 않았다.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는 정도에 그쳤다.

상의도 벗지않고 대신 바람막이를 덧입었다. 미남 훈남 이미지를 이어온 그는 상반신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았다. 진흙이 몸에 튈까 상하의 옷단을 빠짝 여미고 샷을 해서 공을 그린에 올렸고, 결국 3미터 넘는 거리의 파를 멋지게 지켜냈다. 스캇은 첫째날 1언더파를 쳤고, 둘째날 2타를 더 줄이면서 20위권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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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클래식 1라운드에서 누드 샷하는 카펠렌. [사진=PGA투어]



하지만 첫째날 오후에는 올해 첫 출전한 루키 세바스찬 카펠렌(덴마크)이 제대로 누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기권한 선수를 대신해 출전한 카펠렌은 이 홀에서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호수 가장자리에 빠졌다. 그는 발목 중간까지 잠기는 물을 보고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었고, 상의는 벗어 털이 숭숭 난 상체를 드러낸 채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왼발은 그대로 골프화를 신고 세 번째 샷을 했다. 그린에는 잘 올렸지만 아쉽게 파를 지키지는 못했다. 옷을 벗는 과감한 행동에도 보기를 한 민망함 때문인지, 그 뒤의 경기는 5타를 더 치는 퀸튜플보기 등으로 오락가락 한 플레이 끝에 5오버파로 마쳤다. 둘째날도 4오버파 74타를 쳐서 카펠렌은 하위권으로 컷 탈락했다.

2라운드에서는 진기명기 트릭샷 쇼를 하던 프로였던 웨슬리 브라이언(미국)이 역시 누드 샷을 선보였다. 파4 455야드 6번 홀에서는 티샷이 312야드를 날아갔으나 페어웨이 왼쪽으로 치우쳤고 공은 뻘에 들어갔다. 브라이언은 바지를 벗고 상의는 밑단을 둘둘 말아 올려서 묶는 색다른 패션을 선보였다.

브라이언 역시 진흙이 튀는 걸 막으려고 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가 시도한 샷은 뻘밭 하단에 박혀 공이 몇 야드 앞으로 전진가는 데 그쳤다. 세 번째 샷으로 겨우 탈출할 수 있었으나 벙커에 빠졌고 결국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브라이언은 최하위권으로 컷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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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네스빗의 상체 탈의 샷.



공교롭게 지난 5년 사이에 이 홀에서만 누드 샷이 네 번째 나왔다. 어쩌면 ‘스트립쇼 홀’로 이름을 붙여도 될 듯하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는 월요일 먼데이 퀄리파잉으로 대회에 첫 출전한 매튜 네스빗(캐나다)이 2라운드에서 옷을 벗었다.

483야드로 세팅된 6번 홀에서 네스빗의 티샷이 308야드를 날아갔으나 페어웨이를 놓치면서 공은 뻘에 들어갔다. 다행히(?) 왼손잡이 선수였던 네스빗은 물이 아닌 뻘에서 스탠스를 취할 수 있었으나, 공을 치면 옷에 진흙이 묻을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네스빗은 상의를 벗었고, 바지는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샷을 했다.

뻘에 묻힌 공은 그린에 한참 못 미친 122야드를 날아갔고 거기서 한 세 번째 홀 가까이 붙으면서 파로 마치며 위기를 잘 넘겼다. 네스빗은 이날 턱걸이로 컷을 통과했다. 이 홀에서 옷을 안 벗고 대신 벌타를 받았다면 컷을 통과하지 못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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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스태파니의 6번 홀 스트립 샷.



2017년 대회 2라운드에서는 479야드로 세팅된 6번 홀에서 션 스테파니(미국)가 옷을 벗었다. 스테파니의 티샷이 왼쪽으로 밀리더니 페어웨이 옆 248야드 지점의 진흙에 빠졌다. 컷 탈락을 앞둔 스테파니는 골프화, 양말, 바지에 상의까지 벗고서 팬티만 입은 채 두 번째 샷을 했다.

옷 벗는 투혼을 보였으나 아쉽게도 노력은 허사였다. 진흙과 함께 튕겨나간 볼은 고작 44야드를 전진하는 데 그쳤고, 홀까지 164야드를 남겼다. 세 번째 샷으로 홀 3미터에 보내면서 보기로 마친 스테파니는 결국 이날 이븐파 72타를 치면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2016년에는 US오픈 챔피언인 게리 우들랜드(미국)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452야드로 세팅된 이 홀에서 누드 샷을 했다. 티샷한 공은 진흙 경사지에 놓여 있었다. 스탠스 지점은 물이었다. 고민하던 우들랜드는 상의는 그대로 입은 채 바지와 골프화 양말을 벗고 물로 들어갔다. 다행히 공을 잘 쳐냈고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우들랜드는 멋진 벙커샷으로 건져냈고 그 홀을 파로 마무리했다.

TV카메라가 포착한 선수 중 코스에서 옷을 벗은 첫 번째 선수는 헨릭 스탠손(스웨덴)이다. 지난 2009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챔피언십이 열린 플로리다 도럴리조트 3번 홀에서 공이 진흙에 들어가자 바지와 상의를 벗었고 흰 팬티만 입은 채 두 번째 샷을 했다. 도럴리조트와 혼다클래식이 열리는 PGA내셔널은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 떨어진 골프 코스로 늪과 물이 혼재되는 지형이 비슷하다. 뻘이어서 옷을 벗었던 건 두 코스가 비슷했다.

스탠손은 그날 라운드를 마치고 ‘흰 바지와 노란 셔츠가 진흙에 묻지 않기 위해서 벗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스탠손의 팬티 샷은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진정한 프로정신을 보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그 이전에 선수들도 코스에서 옷을 수없이 벗었겠지만, 카메라가 예의상 애써 무시했을 것이다.

스탠손의 팬티 샷 이후로 선수들이 코스에서 옷을 벗는 것은 경기에 집중하는 열정으로 비춰졌다. 카메라도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 뒤로 이 모습을 적극 화면에 담았다. 혼다클래식은 앞으로 ‘베어트랩’ 세 홀보다는 스트립 샷이 세 번 나온 6번 홀과 올해 두 번 나온 11번 홀에 더 많은 카메라를 설치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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