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추경안과 관련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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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안지가 없는 내용을 토대로 추경 심의를 하다보니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가져올 답을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회의를 하고 있다."(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국세청으로부터 아마 이번 주말까지는 자료가 나올 것 같은데요."(강성천 차관)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로 하여금 추가경정예산안을 급히 짜도록 하면서 국회에서는 졸속 추경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안에는 각종 소상공인 지원 사업들이 편성돼 있지만, 아직 매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대상과 지급 규모조차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선(先)추경안 국회통과-후(後)사업내역확정'이라는 사상 초유의 촌극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이번 추경안의 핵심인 '소상공인·자영업 지원 사업'들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예산 심의 자체가 공전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 소위에선 정부 사업 내용을 사실상 새로 짜다시피 했다. 정부가 매출이 20% 이상 줄어든 여행업 등 경영위기 10개 업종에 대해 2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사업을 편성해왔지만, 정작 매출 데이터 부족으로 10개 업종 선별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 편성 시 통계청 자료를 활용했으나 4월 초에 완성되는 국세청 납세 자료를 통해 업종을 재선정하고 집행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업종이 변경될 수 있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업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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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완성되는 국세청 납세 자료는 지난달 25일 마감한 부가가치세 신고를 데이터로 구축하는 작업을 말한다. 국세청은 통상 부가가치세 자료를 입력하는 데만 한 달 정도가 걸리고 이를 중소벤처기업부가 요청한 매출 증감 통계치로 재가공해 내려면 3월 말이나 4월 초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3월 23~24일 예결위 소위가 돌아가며 본격적인 추경 증감액 심사가 이뤄지지만 데이터 부족으로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대한 심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와 국세청이 현재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며 "경영위기 10개 업종 선정은 예산소위 심사에 들어가기 전인 이번주 말께를 목표로 최종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의 정확한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추경안이 오는 25일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매출 감소 여부 판별이 동시에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여권이 4·7 재보궐선거를 겨냥해 추경 편성을 앞당긴 탓에 졸속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표본수가 전체 모집단의 0.7%에 불과한 통계를 근거로 재난지원금 예산을 편성하고 일단 예산을 받은 뒤 업종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주먹구구"라며 "선거 전에 지원금을 지급하려고 예산을 급하게 편성하다 보니 이런 촌극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같은 여당 내에서도 제각각 증액 목소리를 내다 기대감만 키우고 정작 돈은 주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지는 중이다. 여당 일각서 주장한 '농가당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여당의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예결위원 추경 심사 관련 입장문'을 통해 "방역 조치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실질적 피해를 본 화훼 농가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하루 전인 18일 농가당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 1조70억원 등을 추가한 1조6711억원의 예산안을 의결했는데, 예결위 간사인 박 의원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농가당 100만원 '묻지마' 재난지원금도 추경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송민근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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