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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단독] "밑 빠진 독"…자영업자에 돈 뿌려도 빚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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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0대 자영업자 A씨는 2018년부터 옷가게를 운영해왔다. 일본,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그의 주 고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A씨의 가게 또한 어려움을 겪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A씨의 채무액은 총 7400만원. 그는 지난해 개인회생을 선택했다.

B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감소해 임차료를 내지 못하게 됐고, 결국 임차 계약 연장에 실패해 커피숍을 폐업했다. 그는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지난해 9월부터 마트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자영업자들이 일반 급여소득자에 비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습이 통계로 나타난 셈이다. 자영업자들의 월 소득과 채무 변제율 역시 일반 급여소득자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4일 서울회생법원의 '2020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회생을 신청한 자영업자들의 채무 총액이 중위값 기준 9995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전체 신청인의 중위값이 7791만원인 데 비해 약 2000만원 더 많은 빚을 지고 회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회생 개시 결정이 이뤄진 1만273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변제율도 차이를 보였다. 전체 회생 신청인의 채무 변제율은 38%를 기록했는데, 자영업자의 변제율은 30%에 그쳤다. 월 수입도 전체 중위값(191만원)보다 낮은 180만원을 기록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특히 하반기에 자영업자 채무 총액이 상반기보다 약 1000만원 증가했다"며 "올해에도 자영업자의 채무가 일반 회생 신청인보다 많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게 수치로 나타났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의 자영업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자영업자는 많은 빚을 지고 회생을 신청한 것만으로 사실상 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전에 채무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이 제일 크게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채무 변제율이 더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을 하는 개인이 법원에 가서 회생을 신청하면 빚은 일부 탕감되지만 신용등급이 내려가 다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며 "이로 인해 사업을 접게 되고, 더욱 상황이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은 대부분 돈을 뿌리는 데 집중했다"며 "정부 주도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자영업자가 재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령별로는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30·40대 비율이 62.6%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은 고정적 소득을 얻기 어려워 회생이 아닌 파산을 선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채무자 재산 청산 가치는 약 364만원으로 나타났다. 개인회생 신청인들이 보유한 재산을 다 팔아도 손에 쥐는 것은 364만원 수준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재산 청산 가치가 50만원 이하인 경우의 비율도 32.2%에 달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개인도산 제도 정책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통계를 산출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 신청인들의 생계비 산정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통계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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