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썰렁한 서울시내 한 식당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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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최 모(32)씨는 요즘 식자재 가격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생닭 뿐 만 아니라 '파닭'에 들어가는 양파와 대파값도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10일 "소비자들 눈치에 가격도 못 올린다"며 "이대로라면 모든 치킨값을 올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이번엔 식자재값 급등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대파(1㎏) 가격은 7520원으로 전년 동일(2170원)대비 무려 3.5배 가량 뛰었다. 앙파(1㎏) 가격도 2530원에서 3511원으로 1000원 가량 올랐다. 상추(100g)도 823원으로 평년대비 22.6% 비싸졌다.
대파는 대표적인 필수 식자재다. 올해 초 불어닥친 한파와 지난해 공급 과잉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말부터 작황이 회복되면서 대파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고기보다 반찬인 파절이 값이 더 비싸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중구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 모(60)씨는 최근 파절이에 상추를 섞어 낸다. 이 씨는 "대파 가격이 너무 올라 상추를 섞지 않고는 손님들한테 추가 비용을 받아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대파 가격 인상으로 파채 제공을 중단한 정육점 [사진출처 = 온라인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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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메뉴 가격을 올렸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 자영업자는 "당분간 파닭에 들어가는 파채를 추가할 시 2000원을 받기로 했다"며 "서비스로 나가던 계란찜과 공기밥도 일반 메뉴로 전환했다"고 썼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가 올린 사진도 화제다. 사진에는 텅 빈채로 진열돼있는 파채 포장과 '대파값이 안정되면 돌아올께요. 파채올림'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계란 가격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돼 공급이 부족해서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란계 182개 농장에서 살처분된 산란계는 1600만 마리에 달한다. 전날 계란(특란·30개) 가격은 7641원으로 전년 동일(45.3%)대비 45.3% 뛰었다. 전월 같은날(7528원)과 비교해서도 1.5%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자영업자들은 서로 식자재를 교환하는 등 고육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모(39)씨는 마카롱을 만들고 남은 계란 노른자를 인근에 있는 덮밥집에 나눠줬다. 박 씨는 "요즘 식자재값이 많이 올라서 지역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앱에서 무료 나눔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대파 흰 뿌리부분을 사용하고 남은 이파리를 국밥집에 나눔했다.
이창호 음식점·호프 코로나19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중국산 대파나 양파는 쉽게 무르기 때문에 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불경기에 가격을 인상하지는 못한채 식자재 가격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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