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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게임계 ‘연봉인상 도미노’를 보는 두 시선…출혈경쟁 VS 비정상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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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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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가 직원 연봉을 줄줄이 인상하자 중소 게임사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봉을 올려 줄 만한 금전적 여유는 없는데 업계의 ‘연봉 인상 도미노’ 행렬에 끼지 못하면 유능한 인재를 타사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게임사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너도나도 연봉 인상을 선언하며 ‘출혈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게임사인 ‘웹젠’은 임직원 연봉을 1인당 평균 200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달 1일 넥슨이 임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일괄 인상하고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펼쳐진 게임·정보기술(IT) 업계의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사 ‘빅3’로 불리는 넷마블과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스마일게이트도 최근 임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일괄 인상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앞세워 연매출을 1조원 넘게 벌어들이는 크래프톤은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 인상하고 초봉을 6000만원으로 책정하며 넥슨·엔씨·넷마블 등 빅3를 제치고 게임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하는 회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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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지난 12일 새로 내놓은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이미지.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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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소 게임사들이다. 조이시티와 그 계열사인 모히또게임즈, 베스파까지 1000만~1200만원씩 임금 인상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이시티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653억원, 영업이익은 206억원이다. 영업이익이 약 58배(1조 1907억원) 많은 넥슨보다 조이시티의 임금 인상 폭이 더 컸던 셈이다. 심지어 베스파는 지난해 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나오는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이유로 임금 인상 릴레이에 동참했다. 베스파는 자금 사정이 계속 좋지 않아 지난달 25일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공시가 뜨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게임사에서도 임직원들이 ‘다른 회사랑 일의 강도는 똑같은데 왜 월급이 적냐’며 항의하는 일이 많다”면서 “인재를 빼앗기면 게임의 질이 떨어지고 회사가 어려워져 또 인재 수급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연봉 인상을 고민하는 게임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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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신사옥 서울 구로구 G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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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게임 산업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15조 5750억원이었던 국내 게임 산업 규모는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 17조 93억원으로 10%가량 커졌다. 그 과정에서 넥슨이나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웹젠 등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집중근무 태세)라 불리는 야근이 비일비재했던 게임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이제야 바로잡히고 있다는 의미다.

임충재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전공 교수는 “흥행 여부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특수성이 있기에 이번 기회에 게임 업계의 연봉 구조에 대해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봉에서 성과급의 비중을 높여 흥행한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회사의 이익을 임직원들이 같이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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