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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안-오 “아름다운 단일화”…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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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오세훈 단일화 첫 실무협상, 여론조사 문구부터 ‘디테일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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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여의도 국민의힘 서울시당 사무실을 찾아 박성중 시당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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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여의도 국민의당 사무실을 찾아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 후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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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9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단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돌입했다. 양쪽 모두 “아름다운 단일화”를 공언하고 있지만, 최종 단일후보가 되기 위한 셈법과 속내가 복잡하다. 여론조사 방식과 문구부터 토론 횟수, 기호까지 쟁점이 아닌 부분이 없다.

국민의당 ‘전방위 압박’에 마주앉은 실무협상단


이날 국민의당은 당과 후보가 나선 ‘전방위 압박’ 끝에 단일화 실무협상단의 첫 회동을 성사시켰다. 이날 오전 9시15분,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을 이끄는 이태규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협상단을 향해 “자신들도 받지 못할 안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적 여망에 부응해 진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협상에 나서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서울시당을 찾아가겠다는 뜻을 알렸다. 역시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안 후보는 오전 11시30분쯤 여의도 국민의힘 시당 사무실을 찾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해서 최일선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관계자분들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오후 2시께 ‘답방’ 형식으로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를 찾았다. 은근한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오후 4시, 두 당의 첫 실무단 회동이 성사됐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상견례 자리에서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하게 우리 협상문제 잘 풀어가겠다”면서도 “이 의원님 발언이 너무 세더라”라며 이태규 의원의 오전 기자회견 발언을 걸고 넘어졌다. 이 의원은 “세게 해야 오늘 (협상테이블에) 나오실 것 같았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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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국민의당 단일화 실무협상단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상견례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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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도·경쟁력 조사가 뭐길래…


실무협상이 시작됐지만, 단일화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장해물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은 ‘제3지대’ 단일화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치르자고 요구한다. 국민의힘에선 ‘완전국민참여경선’(선거인단을 모집한 오픈프라이머리 방식) 등을 혼합해 새로운 방식의 경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다. 이날 안 후보 쪽이 “양당 모두 공통으로 썼던 여론조사 경선을 두고 왜 갑자기 다른 것을 들고 나오느냐”고 반발하자,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각 당 후보가 정해지고 야권전체의 단일화를 진행하는 건 당내경선의 룰과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론조사 방식과 문구를 두고도 양쪽은 의견이 엇갈린다. 안 후보는 ‘적합도 조사’보단 ‘경쟁력 조사’ 방식을 선호한다. ‘적합도’라는 단어가 응답자의 정체성, 귀속감과 연관돼 있어 제1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후보 쪽이 설문 문항에서 당명을 빼자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안 후보 쪽은 정당 조직의 열세를 안 후보 개인의 명망과 인지도로 넘어서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와의 일대일 경쟁력을 묻는 방식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오 시장은 당의 조직 기반과 제1야당 후보의 ‘대표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명’을 넣어 ‘적합도’를 묻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과연, 시간은 오세훈의 편일까?


토론 횟수를 놓고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토론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안 후보 입장에선 토론 시간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단일화 결과’를 도출하는 게 최선이다. 이미 두 차례 시장직을 역임한 오 후보는 토론회에서 자신의 정책적 역량을 부각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충분한 토론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오 후보 편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세론’을 업었던 나경원 후보를 당내 경선에서 꺾은 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 후보의 상승세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면, 보수 진영의 승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이기는 선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두 후보 간 ‘단일화 디테일’ 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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