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아빠한테 혼날까봐" 13살 소녀의 거짓말이 부른 프랑스 '교사 참수' 비극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결석 징계 받고 "이슬람 비하하는 교사에 항의" 아버지에 거짓말

분노한 아버지, 교사 정보 공개해 극단주의자 자극

IS 관심 청년이 교사 참수 살해

아시아경제

지난해 10월17일 파리 인근 콩플랑생토노린 중학교에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살해된 사무엘 파티 역사 교사를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져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지난해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교사 참수 테러의 시발점이 13세 학생의 거짓말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8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Z'로 알려진 이 여학생은 당국 조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된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에 대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교사가 이슬람 풍자 만평을 보여주려고 해 항의했다가 수업에서 배제됐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Z는 실제 그 수업을 들은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프랑스 파리 근교 콩플랑생토노린 중학교의 역사 교사로 일하던 파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표적이 돼 같은 달 16일 참수된 채 발견됐다. 파티를 살해한 용의자는 사건 현장에서 쿠란(이슬람교의 경전) 구절 중 하나인 '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고, 그는 도주 중 경찰에 저항하다 사살됐다.


아시아경제

지난해 10월 21일 프랑스 몽펠리에의 한 건물에 띄워진 샤를리 에브도의 이슬람 풍자 만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Z의 거짓말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수업에서 제외된 진짜 이유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현지 언론이 수사 내용을 기반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경위에 따르면, 파티는 지난해 10월5일 수업 중 표현의 자유를 설명하며 2015년1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과 이 만평을 비난한 이슬람교도 형제 사이드·셰리크가 편집국에서 벌인 총기 테러에 1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언급했다. 다른 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파티는 다음 날 수업에서 "이 만평을 보여줄 텐데 무슬림 학생들은 충격받을 수 있으니 눈을 감거나 복도에 나가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Z는 '잦은 결석'으로 수업 배제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파티가 만평을 보여줬던 6일 수업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업에서 배제된 진짜 이유를 숨기기 위해 Z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 브라힘 크니나(48)에게 "파티가 이 만평을 보여주기 직전 무슬림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나가라고 했으며, 그에게 항의했다가 이틀간 해당 수업에서 제외됐다"고 거짓말했다.


Z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아버지 크니나는 7일 페이스북에 파티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공개하며 비난했다. 학교에 찾아가 항의하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이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관심을 가져온 체첸 출신 압둘라 안조로프(당시 18세)는 아버지의 글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고, 결국 파티는 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청년에게 참수됐다.


현지 언론은 "이후 벌어진 비극은 Z의 나쁜 행동과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Z는 계속 입을 열지 않고 있다가 다른 학생들이 경찰에 "Z가 수업에 없었다. 파티에 대한 Z의 주장이 실제와 다르다"고 진술했다는 말을 들은 뒤에야 자신이 거짓말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Z가 열등감에 빠져 있었으며 아버지에게 헌신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Z의 변호사는 "이번 비극에 대한 책임을 13살 소녀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면서 "교사를 비난하는 영상을 올린 아버지의 지나친 행동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Z가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사실이었다고 해도 아버지의 반응은 여전히 과하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크니나는 당국에 "자신이 바보 같았다"면서 "테러리스트가 내 메시지를 볼 줄은 몰랐다. 누구도 다치길 원하지 않았다. 역사 교사가 죽고 내가 모든 비난을 받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