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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LH 투기의혹’ 불똥, 검경 수사권으로 옮겨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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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검찰 넣어라” vs 여 “협조하면 충분”

수사권 조정 탓 경찰 주도 수사본부 구성

여 일각 “검찰 파견받아 제대로 수사해야”


한겨레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앞두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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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공방이 한창이다. 정부·여당이 검찰 수사권을 축소시켜 과거와 같은 검경 합동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게 되자, 관련 수사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경찰 주도의 수사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야 “국가범죄 수사에 검찰 빠뜨릴 이유 없어”

엘에이치 투기 의혹에 대해 야권은 일찍부터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엘에이치 투기 사태는 단순한 민생경제 사건이 아니라 나라의 공적 신뢰를 뒤흔든 반사회적 범죄이고 국가의 공적 정보를 악용한 국가적인 공적 범죄 행위다. 셀프 조사라는 비판 끝에 경찰 특수본으로 (수사 주체) 범위를 넓히면서 검찰을 빠뜨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검찰이 주도했을 수사가 경찰 중심으로 바뀐 건 수사권 조정안이 올해 시행되면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 혐의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고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엘에이치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 비리에는 포함되지 않아,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은 아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한 대통령령을 개정해 검찰이 광범위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 “검찰개혁 반대론자들이 시비거는 것”

정부·여당은 엘에이치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부실·은폐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공직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는 계기로 삼겠다”며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한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지시했는데, 3기 새도시 등 개발 지역에서 이뤄진 모든 불법·탈법 투기 행위를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수사 우려를 불식할 수 있게 가시적 성과를 내라고 경찰을 향해 주문한 것이다. 같은 당 김종민 최고위원도 <교통방송>(TBS) 인터뷰에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중심이 되고 국세청과 금융위가 참여하고, 검찰이 협력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문제가 돼서 수사 역량이 약화됐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도 개혁에 반대했던 분들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숙련된 검찰 수사인력이 이번 수사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권에서도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문 대통령 뜻은 검찰이 수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라는 것”이라며 “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찰을 파견 받아서 전문 수사인력을 동참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을 (정부 차원에서) 건의하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범죄를 적발해 뿌리뽑는데 검은고양이 흰고양이 가릴 처지가 아니다.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면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재수사나 특검 요구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사를 파견받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10일 관계기관 회의서 ‘검경 협력방안’ 논의

정부는 검경의 유기적인 수사 협력 관계만 구축되면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합동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수사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검사가 합수본에 파견되는 것보다는 경찰과 수사·기소에 있어서 어떻게 잘 협조할 지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소집해 검경 수사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현웅 장나래 노지원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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