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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켓뷰] 코스피, 이틀 연속 3000선 아래로...미 국채금리 급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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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금리 급등에 투자심리 악화
KB금융 등 금융주는 2~5%상승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3000선을 내주며 하락 마감했다. 전날 미 나스닥지수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으로 크게 하락하자,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비즈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99포인트(0.67%) 하락한 2976.12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장을 견인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46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554억원, 292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쯤 2920선대까지 내렸으나, 오후 들어 점차 낙폭을 축소하며 2970~2980선에서 횡보했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서도 3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총 3160억원이 순유출됐는데, 비차익거래가 3181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차익거래는 21억원 매수 우위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0.73% 하락한 8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LG화학(051910)NAVER(03542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SDI(006400), 카카오(035720)도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우(005935),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는 1%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 "미 증시에 동조...성장주 많은 나스닥 따라 하락"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간 이유는 미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서 찾을 수 있다.

8일(현지 시각)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 때 1.606%까지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과 관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 상원에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가결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국채 발행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국채의 물량이 늘면 금리(할인율)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우려에서 비롯된 금리 상승세를 반영하듯, 성장주 중심으로 구성된 미 나스닥지수는 지난밤 크게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8일(현지 시각) 전날보다 2.41% 내린 1만2609.16에 마감했다. 테슬라는 전날보다 34.95포인트(5.84%) 내린 5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은 4.17%, 페이스북은 3.39% 하락했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7% 오른 3만1802.44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나스닥과 다우존스의 엇갈린 등락이 최근의 금리 상승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전기차 등 기술, 성장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시장은 크게 하락한 반면, 다우존스는 금융주와 은행주 등 금리 상승 수혜주를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국내 증시 역시 미 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주는 많이 하락한 반면, 금리 상승기에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융주는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주는 대체로 강세를 나타냈다. KB금융(105560)은 전날보다 5.31% 오른 5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손해보험(000370)은 4% 넘게 상승 마감했으며, 삼성화재(000810), 메리츠금융지주(138040), 하나금융지주(086790)가 모두 2%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자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이 높은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치주의 주가 흐름은 견조했다"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증시는 위험 자산에 가까운 나스닥 시장과 비슷하기 때문에, 자금을 대거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채 금리 상승이 야기한 원화 약세가 외국인의 매도세를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며 미국과 한국의 금리 간 차이가 확대되자,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이다. 이는 통상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1원 오른 1140.3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9일(1142원) 이후 약 5개월만에 1140원을 넘어선 것이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지수의 약세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6~17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 상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코스닥 1% 가까이 하락 마감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뿐 아니라 코스닥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8.41포인트(0.93%) 하락한 896.36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내준 것은 지난해 12월 2일(장중 저점 891.61) 이후 약 3개월만이다.

코스닥지수는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밀려 하락했다. 기관은 총 81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억원, 909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를 나타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셀트리온제약(068760), 카카오게임즈, 알테오젠(196170), 에코프로비엠은 하락 마감했다. 반면 씨젠(096530)SK머티리얼즈(036490)등은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나노 소재 개발 업체 나노씨엠에스는 시초가 대비 20% 넘게 급락했다. 나노씨엠에스는 이날 시초가(3만3000원) 대비 27.42% 낮은 2만3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공모가(2만원)보다는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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