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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중국군 서열 2위 쉬치량 “패권국가 맞선 전쟁 대비, 국방예산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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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치량 중앙군사위 부주석, 전인대 부문별 회의서

미-중 충돌 경고 ‘투키디데스 함정’ 이례적 거론

중 국방부장, “봉쇄-응전이 미-중 관계 규정할 것”


한겨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대표자들이 8일 부문별 회의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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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고위인사가 ‘패권국가’에 맞선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갈등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쉬치량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문별 회의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하며 국방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롭게 떠오른 신흥 강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한다.

쉬 부주석은 “투키디데스 함정과 국경분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전투방식과 수행능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군사력 현대화의 공고한 기초를 닦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미국을, ‘국경분쟁’은 지난해 유혈 충돌을 벌였던 인도는 물론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동·남중국해를 각각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쉬 부주석은 “중국은 이미 떠오르는 경제 강국이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0% 수준을 넘어섰다”며 “이는 중국이 이미 강대국으로 가는 새로운 장의 중요한 입지에 올라섰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인민해방군 공군 사령원(참모총장 격) 출신인 쉬 부주석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은 군 서열 2위다. 그는 공산당 영도기구인 중앙정치국(25명)의 일원이기도 하다.

중국군 지도부가 ‘투키디데스 함정’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지도부는 그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위험성을 애써 평가절하 해왔다”며 “시진핑 주석도 지난 2015년 방미 당시 ‘강대국이 전략적 오판만 피한다면 투키디데스 함정 같은 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쉬 부주석이 이를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관계 개선 가능성이 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내에서 퍼지고 있는 ‘비관론’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 3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지침 잠정안’에서 중국을 “경제·외교·군사·기술력 측면에서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체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유일한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24쪽 분량인 잠정안에는 ‘중국’이 모두 15차례나 등장한다.

앞서 웨이펑허 국방부장도 지난 6일 “봉쇄와 그에 대한 응전이 장기적으로 미-중관계를 규정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안보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적’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재정지출 축소 기조 속에서도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늘어난 전년 대비 6.8% 증액하기로 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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