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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헌재 “성추행 남성에게 그릇 휘둘러 저항한 여성,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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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의 사실 잘못 판단”

[경향신문]

자신을 성추행한 남성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다치게 한 여성을 검찰이 상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여성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인정한 점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헌재는 강제추행 피해자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자신을 성추행한 B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 부위를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입건됐다. 서울남부지검은 B씨의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전과,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하면 검찰이 다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B씨는 지난해 1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헌재는 “A씨의 방어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해 그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상당함에도 검찰은 피의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는 밤 시간대 고시원 주방에서 물을 담기 위해 사기그릇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B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헌재는 자신을 성추행한 남성과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A씨가 이미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저항하거나, 머리 부분이 아닌 다른 신체 부위를 가려내 타격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저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설령 A씨의 방어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검찰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 A씨의 방어행위는 야간이나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봤다. 형법 제21조 제3항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 흥분, 당황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했을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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