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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고] 후쿠시마 사고 후 10년, 다시 주목 받는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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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3월11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4월 26일은 사상 최대의 원전 사고였던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35년이 되는 날이다. 원전산업계는 두개의 대형 사고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 돌아볼 만한 때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전까지만 해도 원전산업은 체르노빌 사고 후 25년 동안 무사고로 상당한 신뢰를 회복하고 르네상스를 꿈꿨다. 1986년 389기였던 세계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 직전에는 441기였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산업은 한 때 위축됐으나 대체로 현상 유지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10년간 61기가 폐쇄됐고 63기가 준공돼 지금은 443기이다. 원전 선도국들에서는 폐로가 많았던 반면에 새로 원전을 도입한 국가들도 상당수 있다. 현재에도 19개국에서 50 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지난 10년간 새로이 원전을 도입한 국가는 UAE를 비롯해 벨라루스, 방글라데시, 터키 등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아르헨티나, 이란 등이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특히 주목되는 지역은 동유럽이다. 체르노빌 사고의 최대 피해국인 벨라루스는 작년 11월 최초 원전이 상업발전에 들어가고 지금은 두번째 원전이 건설 중이다.

체르노빌 원전이 위치한 우크라이나 역시 2기를 건설 중이다. 폴란드는 최초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고 우리가 공들이고 있는 체코는 물론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가 추가로 원전을 건설하고자 한다. 35년 전 체르노빌 사고가 휩쓴 동유럽 지역에 원전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절실한 국가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석탄과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구권 국가들의 선택을 이해할 만하다.

후쿠시마 사고에 가장 인접한 동아시아 지역은 어떠한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을 보면 탈원전은 커녕 원전 확대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무려 36기의 원전을 짓고 지금도 12기를 건설하고 있다. 영국의 신규 원전에 참여한 것은 물론 파키스탄에도 수출을 하는 등 자국의 건설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 중이다.

러시아는 후쿠시마 사고로 서방국가의 원전산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최대의 원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2018년 러시아원자력공사(Rosatom)의 발표에 의하면 12개국에 30기가 넘는 원전을 공급했거나 계약이 진행 중이고 사업가치는 15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의 당사자인 일본은 어떠한가. 최소 20%의 원전 발전비율을 유지하겠다며 원전 재가동을 독려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제일 먼저 탈원전을 추진한 대만은 탈원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대만은 2018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못 박은 전기사업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에도 민진당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자 올해 두번째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번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파장으로 7년전 건설이 중단된 룽먼 원전의 건설 재개가 대상이다. 연속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무효화하려는 대만 국민의 시도는 대만과 비슷한 에너지 수급환경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쿠시마 사고 후 10년 간 세계 원전산업이 현상유지를 해왔다면 앞으로 10년은 원전산업에 기회의 시간이다. 2020년대 들어 에너지전환의 세계적인 화두는 단연코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이 요구될수록 원전의 필요성은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여러 주 정부가 원전에 재생에너지와 같은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영국에서 원전의 전기는 풍력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영국은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쟁력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탁월하다. 그러니 이런 변화의 시기에 탈원전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에너지를 이념의 잣대로 보지 말고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에너지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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