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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 대통령, 검찰엔 "스스로 개혁하라" 경찰엔 "능력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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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ㆍ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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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의 안착을 8일 강조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검찰ㆍ경찰ㆍ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당부했다.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과 '긴밀한 협의'를 여러차례 주문했다.

각 기관에 대한 온도차는 분명했다. 검찰을 향해선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질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을 향해선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수처엔 "하루빨리 조직 구성을 마무리 짓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힘을 실었다. 다만 '절차' '질서' '의견 수렴' 등을 강조하는 것으로 '완급 조절'을 당부했다.

검찰에 날 세우기... "공정하단 신뢰 부족"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범계 법무부ㆍ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이 현장에 자리 잡는 첫해"라며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 "가장 신뢰 받아야 할 권력 기관"이라고 표현했다. 이내 검찰의 공정성에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는 말과 함께 "검찰권 행사가 자의적ㆍ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 배당부터 수사, 기소 또는 불기소의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짚었다. "검찰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검찰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대목은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며 직을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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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법무부ㆍ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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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LH 수사 힘 싣기... "능력 갖추라"


문 대통령은 경찰을 향해선 "수사 지휘 역량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책임수사체계를 확립하고 자치경찰제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권한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라'고 당부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국수본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풀이됐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산물이라, 이번 수사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협업을 주문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은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 짓는 중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강조한 것은, 정부 자체 조사와 국수본 수사만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함으로도 풀이된다. '검찰이 나서라'는 야당 공세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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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화상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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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ㆍ수사 분리하되, 완급 조절을"


문 대통령은 "견제와 균형, 인권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확인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입법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속도 조절'을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또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하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를 향한 메시지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검찰의 목소리도 들으라'고 한 것은 윤 전 총장 사퇴 등으로 뒤숭숭한 검찰 내부를 다독이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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