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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적자기업마저 "1200만원 더"…IT업계 연봉인상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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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이진욱 기자] [편집자주] IT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랜드가 우리 사회, 경제 전분야로 확산되면서 이에 대응할 IT 서비스 개발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져서다. 기업들은 웃돈을 제시하면서까지 능력있는 개발자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최근 벌어지는 IT개발인력 쟁탈전의 양상과 원인, 해법을 짚어본다.

[MT리포트-코로나가 부른 IT개발자 대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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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대상 '쩐의 전쟁'은 최근 IT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가히 우수 개발자 이탈과 타사 개발자 유치를 위한 연봉인상 도미노인 셈이다.

지난달 1일 신입사원 초봉 800만원 인상을 발표한 넥슨을 비롯해 올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개발자 채용에 나선 게임업체는 무려 8곳에 이른다. 넥슨과 함께 업계 쌍두마차 격인 엔씨소프트 역시 3대 게임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파격적 연봉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과 스톡옵션 등을 내걸고 나서자, 배달의민족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도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올리며 치고받는 연봉인상 레이스에 합류했다.

올해는 게임이 시발점…토스·쿠팡 등 '개발자 쓸어담기'는 상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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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본사 스케치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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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게임업계지만 상시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IT업계는 '개발자 대이동'이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다. 2019년 초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내건 이전 직장의 150% 연봉,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등 파격조건은 업계 가이드라인처럼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개발자 경력 채용의 문을 상시로 열어두고 있다. 언제든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라는 의미다.

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은 개발자 블랙홀로 불릴 정도다. 쿠팡은 2000명에 이르는 개발 인력을 보유한 것도 모자라 지난해 하반기 입사 보너스로 5000만원을 지급할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다.

당장의 물량 공세가 어려운 기업들은 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변칙적인 방법을 쓴다. 전세자금대출 이자 지원을 비롯해 근속연수에 따른 유급휴가, 기숙사·단체보험 제공 등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정도만으로는 높아진 개발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자 기업도 무리한 연봉 인상…소비자에 부담 전가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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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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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사와 IT기업들의 연봉 인상 행렬에 위기를 느낀 중소 업체들도 하나둘씩 동참하고 있다. 중소 게임사 베스파는 최근 임직원 연봉을 1200만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앞서 연봉을 인상한 게임사들과 달리 연봉인상을 감내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실제 넥슨, 넷마블 등 연봉 인상에 선제적으로 나선 업체들은 코로나19 수혜를 입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반면 베스파는 적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682억원, 영업손실 3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4%, 영업손실은 269% 늘었다. 그럼에도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린 셈이다.

적자인 베스파마저 연봉 인상에 나서자 다른 군소 게임사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벌이는 줄었는데 고정비 부담만 커질 것을 걱정해서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게임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다수 중소 게임사들의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5인 미만으로 구성된 게임 제작·배급 업체(131개사)들 중 52.9%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경쟁력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연봉인상으로 인건비가 대거 상승하면 수익성 유지를 위해 아이템판매나 서비스 이용료를 올릴 수 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연봉을 인상한 업체들은 대부분이 성장중이거나 대규모 자본을 유치한 경우"라며 "실적이 악화된 중소업체들이 무리하게 연봉을 인상할 경우 적자가 크게 늘어나 자칫 도산사태가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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