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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줌인]英왕실 잔혹사…"극단적 선택 생각도" 마클 왕자비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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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BS, 100억원 지불하고 해리 부부 인터뷰 방영

"아들 피부색 얘기도 오가, 보호 못 받아 힘들었다"

해리, 사랑 위해 왕좌 버린 에드워드 8세 떠올려

마클, 다이애나 전철 밟는 인상…"시모 팔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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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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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미국 유명 방송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그렇다.”(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영국 해리(사진 오른쪽)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가운데)이 7일(현지시간)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왕실 내 권위적·보수적 관료주의와 영국 사회의 숨은 인종·성차별 등 은밀한 내부 속살을 가감 없이 폭로했다. 영국 왕실로서는 과거 왕좌가 아닌 사랑을 택했던 에드워드 8세, 비운의 왕세자비로 기억되고 있는 고(故) 다이애나비에 이어 영국 왕실의 수난사가 이어진 셈이다. 다만, 마클은 갈등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왕실 가족에 대해서만큼은 수위 조절을 했다. 자칫 왕실의 대응수위가 높아지면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진흙탕 싸움만은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클 “더 살기 싫었다…극단적 선택 생각”

작년 1월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한 해리 부부의 독점 인터뷰는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방에서 영국 왕실은 대중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곳 중 하나다. 인터뷰를 독점 방영한 미 CBS가 마클과의 2시간 인터뷰 라이선스 비용으로 윈프리의 제작사 하포 프로덕션에 지불한 금액이 최대 900만달러(약 101억원)에 달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는 이를 극명하게 방증한다. 인터뷰는 현지시간 오후 8시, 황금시간 대에 편성됐다. 영국에선 8일 ITV에서 방영된다.

“왕실에 입성했을 당시 나는 순진했다. 동화에서 읽은 게 다였다”고 말문을 연 마클은 왕실 생활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겨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9년 5월 낳은 아들 아치를 가졌을 때 아이 피부색에 대해 우려하는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마클은 백인 부친·흑인 모친 사이에서 1981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실제로 아치는 통상적으로 왕실에서 군주의 직계 가족에게 탄생과 동시에 부여하는 ‘전하’(His Royal Highness·HRH) 칭호를 받지 못했다. 마클은 “첫 유색인종인 내 아들이 왕실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마클은 대화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함구했다. 해리 부부는 인터뷰에서 올여름 딸이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밸런타인데이에 둘째 임신 사실을 공개한 이들 부부가 둘째의 성별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마클은 끝내 눈물을 보이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더는 살기 싫었다” 등 극단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병원이나 기관에 가겠다’는 자신의 요청에도, 왕실 내 고위 관료들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다고도 했다.

영국 언론들이 집중 보도했던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윈프리가 ‘미들턴을 울렸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마클은 “그런 적이 없다”며 “오히려 반대였다”고 잘라 말했다. 마클은 스스로를 왕실·언론의 교묘한 술책으로 만들어진 “인격 암살의 희생자”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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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한 해리 부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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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아내 보며 어머니 다이애나비 떠올랐다 토로


그러나 왕실 직계 가족들에게는 애정을 드러냈다. 해리는 부친인 찰세 왕세자에 대해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고는 했으나 “항상 사랑할 것”이라고 했고, 형인 윌리엄 왕세손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만 했을 뿐, “함께 지옥을 살아왔고 같은 경험을 했다”며 일종의 동질감을 드러냈다.

마클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항상 내게 잘 해주셨다. 무릎에 담요를 둘러주기도 해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미들턴에 대해서도 “갈등은 없었다”고 했다.

직계가 왕실과의 결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해리 부부는 과거 에드워드 8세 부부와 똑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위 1년 만에 왕위를 포기하고 윈저공으로 돌아간 에드워드 8세는 프랑스에서 미국계 이혼녀인 심슨 부인과 결혼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바 있다.

마클도 해리와 결혼 전 이혼한 전례가 있다. 왕실 치부를 폭로했다는 점에서 시모인 다이애나비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많다. 다이애나비는 1995년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찰스 왕세자의 불륜·산후우울증·폭식증, 이로 인한 자해시도 등 은밀한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공개했었다. 해리는 “아내와 모친 간 강렬한 상관관계를 봤다. 역사가 반복될까 두려웠다”고 털어놓은 배경이다. 일각에서 이번 인터뷰가 다이애나비를 둘러싼 음모론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마클은 다이애나빈 소유였던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테니스 팔찌’를 찬 채 ‘재탄생’을 상징하는 연꽃이 수 놓인 드레스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 부부가 왕실과 확실히 결별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라고 썼다.

해리 부부는 인터뷰의 대가는 없었다고 했다. 최근 넷플릭스·스포티파이와의 콘텐츠 계약을 이유로 ‘돈을 좇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는 세간에서 우리 부부를 “돈을 악착같이 긁어모으는 왕족”이라고 부르지만 “내게 필요한 건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기에 충분한 돈”이라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해리 부부는 왕실로부터 그 어떤 재정적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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