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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文 "LH 수사, 檢 참여해라…행정력 총동원해 발본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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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업무보고 ◆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영상으로 진행된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번 사건 수사에 나설 수 없는 한계를 지닌 검찰의 참여를 사실상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한 경찰과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검경 간 유기적 협력과 긴밀한 협의를 수차례 강조했다.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수사·기소권 분리 작업을 둘러싼 정권과 검찰 간 대립각이 첨예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발 빠르게 수사를 병행하고 합조단 조사 결과는 그때그때 국가수사본부에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3기 신도시 투기 조사 범위를 박근혜정부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1차 발표(2018년 12월)의 5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의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세에 몰린 여권이 이전 정권 투기 의혹까지 대상을 넓혀 '물타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임성현 기자]

文, 검경 협력 강조했지만…"기소·수사권 분리가 방향" 고수


법무부·행안부 업무보고

LH수사 검찰배제 비판 의식해

"檢에 대한 신뢰 나아지지 않아"
검찰 겨냥 작심비판은 이어가
경찰엔 "수사지휘역량 키워야"

중수청 설치 속도조절 내비쳐
임기말 검찰과 전면전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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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낙연 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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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투기 의혹이 사실상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주도하에 국토교통부는 물론 새로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까지 달라붙었지만 검찰이 배제된 데 대한 여론의 불만이 들끓으면서 자칫 검찰개혁의 '당위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미 수사권 조정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단순히 검찰의 간접 지원을 요청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으나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며 "견제와 균형, 인권보호를 위한 기소·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에 반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음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이어 검찰 기소권·수사권 분리와 중수청 신설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은 1년여 임기 동안 1호 공약인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수사·기소권 분리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현실론'을 들어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입법 영역이지만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수청 신설을 둘러싼 당청 간 '속도 조절' 논란이 있었던 만큼, 다음달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검찰과 지나친 강경 대립은 피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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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중수청이 아직 당내에서 법안 발의는 물론 의견 조율도 마치지 않은 만큼 일단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LH 사건에서 검경의 협력을 주문한 것처럼 검찰에 대한 파상공세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살 경우 오히려 검찰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을 겨냥한 '작심 발언'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이고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이라며 "대다수 검사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권 행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며 "검찰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건 배당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이제 검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경찰에는 수사역량 확보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의 수사지휘 역량도 빠르게 키워야 한다"며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LH 투기 의혹 조사에 국가수사본부가 투입됐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의 불신에 부딪쳐 검찰의 지원까지 요청한 만큼 경찰의 수사역량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신설된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책임수사체계를 확립하고, 치안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치경찰제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무부도 업무보고를 통해 윤 전 총장 사퇴와 상관없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박범계 장관은 "검찰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인권 중심 형사사법구조를 완성할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위해 직접 수사부서 통폐합 등 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졸속 중수청'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부터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중대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고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권한과 역할도 키울 방침이다. 법무부는 "장관의 합리적인 수사지휘권 행사를 통해 검찰 권한 행사의 객관성을 증대하겠다"며 과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처럼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제도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임성현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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