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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클 “왕실, 내 아들 검은 피부색 문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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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 부부 토크쇼 폭로

[경향신문]



경향신문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가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미국 CBS에서 7일(현지시간) 방영됐다. 로스앤젤레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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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가 인터뷰

“왕실서 임신한 아이에게
‘왕자 칭호’ 안 준다 들어”
우울증에 자살까지 생각
해리 “어머니 역사 반복”

영국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가 미국 TV 토크쇼에 출연해 왕실 생활 중 겪은 부조리에 대해 폭로했다. 마클 왕자비는 왕실 사람들이 검은 피부색을 가진 자신의 아들을 왕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미국 CBS는 7일(현지시간) 오프라 윈프리의 독점 인터뷰로 진행한 해리 왕자 부부의 토크쇼 녹화본을 2시간 동안 방영했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클은 아들 아치를 임신했을 당시 왕실 측으로부터 아이에게 왕자 칭호를 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등에 대한 우려와 대화들이 오갔고, 왕실이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윈프리가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자 그는 “당사자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마클은 왕실 생활 당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도 말했다. 그는 “왕가에서의 곤경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분명하고 생생하고 끊임없는 생각이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실에 도움을 청했지만, 여론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왕실은 결혼식 직후 마클의 여권과 신용카드 등을 압수했고, 마클은 “포로가 된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왕실은 마클이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적도 있다. 마클이 언론에 너무 노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마클은 “영국 언론과 왕실의 책략에 인격살인의 희생자가 됐다”며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타블로이드지도 비판했다. 해리 왕자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자신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다는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리 왕자는 마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고인이 된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비극이 반복되는 듯했다는 것이다. 다이애나는 왕족들로부터 미움을 받다가 결혼 15년 만인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했다. 이어 악의적 소문에 시달렸고 1997년 파파라치에 쫓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해리 왕자는 마클에게는 인종 문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난까지 더해져 다이애나비의 상황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왕실에 타블로이드지의 보도를 막아달라고 요구했으나 “원래 이런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해리 왕자는 부친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로 불화가 심화됐을 때쯤 왕실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한 지인들과 계속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건의 괴로움을 보기 전까지 나 역시도 왕실의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아버지와 형은 여전히 갇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마클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신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여름에 태어날 둘째는 여아라는 사실도 깜짝 발표했다.

마클은 다이애나의 다이아몬드 팔찌를 끼고, 연꽃이 새겨진 드레스를 입고 인터뷰했다. 뉴욕타임스는 재탄생을 상징하는 연꽃을 수놓은 드레스를 입은 것은 부부가 독립체로 재탄생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BS가 해리 왕자 부부와의 2시간 인터뷰 프로그램 구입을 위해 윈프리의 제작사에 700만~90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인터뷰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명확히 밝혔다.

2018년 결혼한 해리 왕자 부부는 지속적으로 왕실과 갈등을 겪어왔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살고 있다. 인터뷰 방송 직후 소셜미디어에서는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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