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사전투기 의혹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일대 대규모 부동산 보유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불신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 /국회사진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속대응·고강도 대책으로 사전 차단 주력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부동산 이슈가 급부상했다. 야당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불신 문제로 치환해 공세하면서다. 여당은 재보궐 선거 악재로 불똥이 번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야당은 LH 직원 사전투기 의혹에 대해 문 정부 정책 불신을 강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25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투기수요 억제이고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하더니 부동산뿐 아니라 기본 공직 기강도 못잡은 듯하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야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이날 LH 직원들이 투기했다는 현장일대를 돌아보기도 했다.
야당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면 재검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 원인은 정부가 주택은 충분하다고 계속 주장하다가 주택부족 사태를 인지하고 갑자기 대규모 주택공급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며 "현재의 주택공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LH 직원 사전투기 의혹에 일침을 가했다. 안 대표는 "LH 직원에 대한 조사와 처벌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며 "이 정권의 국회의원,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부동산 거래를 전수 조사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투기이익을 챙긴 자들은 예외 없이 공직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의혹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LH 문제는 현 정부의 귀책이 될 수 있다. 또 (당시) 사장이었던 분이 (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있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해당 의혹을 "반사회적 투기 범죄"라고 규정하며 "공직윤리와 청렴의무 위반은 물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당장 진화에 나섰다. 주택·토지 개발 관련 공직자 투기이익 환수 및 법적 처벌, 유관 공공기관 임직원의 주거 외 부동산 소유 금지 등 고강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은 민주당 소속의 시흥시의원이 3기 신도시 발표 2주 전 자녀 명의로 땅을 구입해 건물을 세웠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당 차원의 윤리감찰단 조사 등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진성준 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고위공직자 백지신탁 제도와 자신이 대표발의한 부동산거래분석원 도입도 제안했다. 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를 감시하고 단속할 만한 상설기구가 없다.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감시하는 '부동산 빅브라더'라며 기구 출범을 막고 있지 않냐"며 "이번에 부동산 시장 거래 질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일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LH 직원 신도시 지역 사전투기 의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해 사과하는 변 장관.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은 LH 의혹이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 장관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진 의원은 "적어도 관리책임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부동산 투기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급선무고 이것이 밝혀져 응당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이후 당시 관리 책임이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당사자인 변 장관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4일 LH 직원 투기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며 "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공개발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자 직전에 해당 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역공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였다. 김용민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전봉민 의원을 소환하며 "전봉민·이주환 의원의 비리 형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부산토착비리조사특위 회의와 현장실사를 하는 동안 기득권의 몰염치한 이익 추구의 실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은 낯선 일이 아니다. 최근까지 현직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라며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친척이 부산 가덕도 일대 수만 평 토지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민주당이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 방문 당시 오 전 시장. /남용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재보궐 선거를 앞둔 부산 지역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친척이 부산 가덕도 일대에 수만 평 토지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고 있다. 오 전 시장 조카와 그의 부친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가덕도 진입 길목인 강서구 송정동 일대에 각각 7만289㎡와 6596㎡의 공장 부지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오 사장은 지난달 가덕도 내 소유하고 있던 1448㎡을 급매로 내놓았다. 거래가 완료될 경우 오 사장은 2005년 토지 매입 당시보다 최소 5배 이상 시세차익을 보게 된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성추행으로 이번 선거의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더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검찰 수사해야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이 오 전 시장의 대표공약이었던 만큼 그 일가의 토지매입은 투기 의혹을 피할 수 없다"며 "267억 원이나 드는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오 전 시장인데 그 일가가 선거용으로 급조된 가덕도 신공항 개발의 혜택을 입는다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일단 '거리 두기'에 나섰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3년 전 서병수 전 부산시장 쪽에서 그 이야기를 거론해서 명예훼손으로 고발됐다가 취하해준 사건"이라며 "(보궐선거 앞두고) 전혀 곤란하지 않다. 좋고 나쁘고 할 건 없다. 부산 시민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에서 대변해줄 건 없다. 아마 대한제강 쪽에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대응에 따라 관련 논란들이 보궐선거 악재로 작용하거나 지지 반등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LH 의혹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있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 악재가 되리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반대로 정부가 그들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면 국민으로부터 박수받을 수 있다. 다만 변 장관이 (관련 의혹을) 무마했다면 어마어마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 전 시장 일가 가덕도 투기 문제는 정부와 민주당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당 차원에선 관련된 해명을 촉구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 집권당에서 보여줄 가덕도신공항 후속조치가 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unon89@tf.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