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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기꾼에 당하고, 미국에 치이고…흔들리는 시진핑 과학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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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몽'을 꿈꾸고 야심차게 준비한 중국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지방정부까지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반도체 업체는 사기로 드러났다.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여전히 벼랑 끝 신세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는 최근 240여명 전 임직원에 회사 재가동 계획이 없음을 밝히면서 퇴사를 요구했다. HSMC는 7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을 위해 2017년 우한에 설립됐다. 이 회사에 투자됐거나 투자될 자금은 총 1280억 위안(약 22조원)에 달했다. 설립 초창기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대만의 TSMC 임직원을 다수 영입하며 선단 공정 구축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자금난에 봉착했고 결국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 공사까지 중단됐다. 공동 창업자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현지 언론에서 페이퍼 컴퍼니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우한시 정부가 HSMC를 인수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해고 통보로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HSMC가 작업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 없음을 공지했다"며 "직원들에게는 어떠한 보상과 폐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미국 제재로 반도체 구매경로가 전면 차단됐다. 미국은 자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드는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국 견제는 화웨이의 성장엔진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900만대였다. 삼성(2억6670만대) 뿐 아니라 애플(2억610만대)에도 뒤지면서 3위로 밀려났다. 화웨이는 2019년에만 해도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애플을 멀찍이 따돌렸다.

중국은 인공지능(AI), 5G 통신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선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 같은 산업의 핵심 기반이 되는 반도체 분야는 아직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칩 조달을 원천 차단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얼마나 큰 약점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에도 파운드리 업체 SMIC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YMTC 같은 기업이 일부 있기는 하나, 이들 업체가 만드는 제품은 선진 제품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 생산량 역시 세계 시장 규모와 대비했을 때 아직은 미미하다.

화웨이는 올해도 '날개 잃은 추락'을 계속할 전망이다. 지난달 18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화웨이는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주문량을 60% 이상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또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량도 7000만~8000만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지난해 출하량에 비해 60%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악재가 겹친 중국에 마지막 한 방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지난 3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국가안보위원회는 자국 의회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제조 기술 관련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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