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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레이더P] 리더십 무능이 불러온 윤석열 중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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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는 몸담은 조직을 꿰뚫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기에 공론화할 가치가 있음에도 알고 있는 것이나 마음속 주장을 솔직히 밝히기 어렵다. 레이더P는 의원과 함께 국회를 이끌고 있는 선임급 보좌관의 시각과 생각을 익명으로 담은 '복면칼럼'을 연재해 정치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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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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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민망한 상황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 4개월가량을 남긴 시점에서 사퇴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흔들기에도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버텨온 윤 총장이기에 그의 사퇴가 의외라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자리를 지킨 것이 외려 신통하다는 반응도 많다. 어찌 됐든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윤 총장의 중도 사퇴는 '전 검찰총장 윤석열'을 뛰어넘어 '정치인 윤석열'의 등장을 의미한다. 특히 사퇴까지 이르는 맥락을 보면 윤 총장이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길 거부한 것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어 정부·여당이 민망한 상황이다. 대선 1년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치러지는 '4·7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터진 일이라 여당 입장에서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소통은 부족, 리스크 관리는 부실

정부·여당에 민망한 악재가 왜 터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리더십 와해와 당정청 소통 부족 그리고 갈등과 위험 관리 무능함에 원인이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신중론'을 취하고, 갓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도 부정적인 중대범죄수사청을 더불어민주당이 '3월 발의 후 6월 처리'라는 방침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당정청 입장이 조율되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은 국정 운영의 힘이 문 대통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대통령의 리더십이 와해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와해는 국정의 레임덕(지도력 공백)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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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전광역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1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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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민주당을 장악한 친문 세력의 눈치를 보는 당 대표와 국무총리도 자리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정 운영에서 갈등은 상수이기에 소통이 중요하다. 이런 소통을 위해 당정청은 매주 일요일 고위당정청회의 외에도 수시로 회의를 개최한다. 그러나 이번 '신현수 민정수석 사퇴 파동'과 중대범죄수사청 논란까지를 보면 당정청이 긴밀히 소통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현재 정부·여당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와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정치가 생물이듯 국정 운영도 예측 불가능한 갈등과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위험과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 정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 발생 초기의 대응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둘러싼 갈등을 초기에 정리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민주당은 갈등을 도리어 키웠다. 갈등을 관리할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이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서 무능함만 보였다.

◆눈치 보는 리더십으론 안돼

정부·여당이 앞으로 민망한 악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정답은 당정청 소통 강화와 책임 있는 리더십 발휘다. 특히 대통령과 당 대표, 국무총리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자리에 맞는 소통 능력과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 또한 더 이상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몇몇 세력의 눈치나 봐서는 안 된다. 그래야 정권 연장이 가능하다. 윤 총장 사퇴가 현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H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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