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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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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신도시 취소됐으면…" 시흥 과림동 주민들이 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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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생생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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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거리 곳곳에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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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찾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의 시간은 지난 10년 전에 멈춰있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를 달려 경기도 광명시 구름산터널을 지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바뀐다. 6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둘러싸고있는 화려한 상가건물과 아파트 건물은 산으로 바뀐다. 6차선 도로는 어느새 2차선 도로로 좁아져 있다.

서울에서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근 하안동 등은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이 한창이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취락지구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논·밭이나 공장부지로 이용되고 있다.


"강제수용 결사반대"…환지 개발하겠다는 주민들

지난달 24일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과림동도 드디어 개발호재를 맞게 됐지만 주민들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과림동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A씨(66세)는 "지난 10년동안 우리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으며 살았는지 아느냐"며 "정부가 개발 안 한다고해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환지개발 추진중인데 이제와 토지 수용하겠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분노는 과림동을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서 읽힌다. '환지개발 코앞인데 강제수용 웬말이냐' '강제수용 결사반대!! 주민재산 강탈하는 LH는 자폭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A씨는 평생을 이 곳에서 나고자란 토박이다. 2010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을 때는 A씨도 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2014년 보금자리지구 지정이 해제됐고 개발도 그만큼 지연됐다. 2015년에는 특별관리구역으로 묶여 방치됐다. 시흥시 과림동은 언젠가 개발될 땅으로 기약없이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개발이 지연되자 주민들은 환지개발 방식을 택했다. 환지개발은 소규모 구역을 지정해 도로 등을 정비하고 기존 땅의 크기대로 다시 토지를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대토 보상과 달리 기존 땅 자리에 정비된 땅을 받기 때문에 지역을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토지수용대상이 되자 주민들의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괴람동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자가주택 등을 공급하려면 토지를 싸게 구입해야하는데 결국 이 부담을 토지주들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토지 수용을 하면서 보상가를 어느 정도 책정해주느냐,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얼마나 주느냐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의 두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투기꾼들 놀이터…대출받아 들어왔다가 경매로 털고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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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상문제 이외에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컸다. 지역주민들과 달리 외지인들에게 광명시흥지구는 '어차피 개발될 땅'이었다. 정부가 보금자리지구 지정과 취소와 재인증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이를 '인증'하면서 광명시흥 일대는 투기꾼들의 사냥터가 됐다. 그 과정에서 마을이 황폐화 됐다.

과림동에서 나고자라 20년 가까이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해온 C씨는 "과거에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되기 전에 투기꾼들이 대거 이곳에 몰려들었다"며 "지구지정 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는데 토지거래마저 묶이자 이 동네 물건이 경매로 쏟아져 나왔다"고 회상했다.

C씨는 "토지거래 특성상 대부분 대출 받아 매매한 사람들이 많다"며 "지금은 이자라도 싸니까 버티겠지만 그 당시에는 이자도 상당히 비싸서 못 버티고 경매로 털고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땅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사전에 토지 이용목적을 명시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지는 2년간 거주의무기간도 부여된다. 하지만 경매로 나온 물건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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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광명에 비해 지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흥시가 투기꾼들의 주요 표적이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광명시 광명동의 475㎡의 답은 7억5300만원에 거래됐다. 평(3.3㎡)당 48만원에 거래된 셈이다. 반면 시흥시 과림동의 1243㎡ 규모의 답은 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평당가는 13만원 수준이다.

토지의 경우 연결도로가 있는지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같은 지목이라도 단순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C씨는 "광명과 시흥의 토지 평당가는 보통 50만원정도 차이가 난다"며 "LH직원들이 주로 시흥시 일대에 땅을 사들인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 거래건수는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가 있기 전에는 항상 급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자릿수에 머물던 토지거래 건수는 2020년 8.4 부동산 대책 직전 3개월간 167건으로 늘었고 2.4대책 발표 3개월전에는 3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공공기관도 투기..."차라리 3기 신도시 취소됐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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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들이 지난해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는 시흥시 과림동 647-2번지. 묘목이 가득 심어져 있다./사진=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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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에는 공공기관 직원들까지 나서서 투기를 했다고하니 마을 주민들의 불신은 커졌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 10여 명이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 원대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직원들이 지난해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는 시흥시 과림동 647-2번지에 가보니 약 2000평은 될듯한 토지에 앙상한 묘목이 빼곡히 심겨있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논을 밭으로 매워 묘목을 심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로 개발되면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관리가 필요없는 묘목을 심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LH직원이 매입한 또 다른 토지인 무지내동 341번지는 길과 연결돼 있지도 않고 진입로도 없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맹지'였다. 말 그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땅이라 개발 정보가 없으면 거래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H직원들이 사들인 땅 중 가장 비싼 과림동 670-4번지는 현재 기계장비 등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들이 사들인 땅 중 유일하게 건물과 대지가 함께 있는 곳인 이곳은 평당 공시지가가 2019년 308만원에서 2020년 397만원으로 29%나 급등했다.

시흥시 과림동 670-4번지 인근에서 기계설비공장을 하는 D씨는 "투기를 막아야할 공공기관 직원들이 투기를 했다는데 그 사람들에게 이곳 개발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저는 토지주도 아니라 신도시가 개발되면 우리는 또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며 "소음 때문에 아무 산단이나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신도시 개발이 취소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민우 기자 mi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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