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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운하게 해 불 질렀다”...‘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 전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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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내장사 대웅전서 화재 - 5일 오후 6시 37분쯤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불꽃이 치솟고 있다. 2021.3.5 전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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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후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승려 A(53)씨에 대해 전북 정읍경찰서는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이날 사건을 조사 중인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5분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대웅전에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A씨는 신고 이후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 머물러있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약 1시간 30분 만인 오후 7시 53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서 추산 17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3개월 전 수행을 위해 내장사에 들어온 이후 다른 승려들과 마찰을 빚다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동료 승려들에 불만을 품은 A 씨가 절에 있던 인화물질을 붓고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 5일 오후 6시 37분쯤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됐다. 2021.3.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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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스님들은 망연자실했다. 특히 승려가 불을 질렀다는 것에 대해 내장사 한 스님은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영은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1095년(고려 숙종 3년) 행안선사가 당우와 전각을 중수했으며, 1566년(조선 명종 22년) 희묵 대사가 법당과 요사를 중수했다. 이 때 이름이 내장사로 고쳐졌다.

내장사가 불에 탄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선조 25년) 소실됐다가 인조 17년인 1639년 개축됐다. 이후 1938년 대웅전을 중수하고 명부전을 신축했지만 6.25 전쟁 때 전소됐다. 1958년 대웅전을 중건했지만 2012년 10월 원인 불명의 화재로 전소됐다.

정읍 시민들의 성금과 시 예산 등 총 25억원이 투입돼 2015년 7월 복원된 대웅전이 이번에는 승려의 방화로 허망하게 사라졌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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