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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LH 직원들 구매하면 급증...광명·시흥시 '수상한' 토지 거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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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토지 거래 급증하는 패턴 유사
신도시 발표 전 작전세력 들어왔나
한국일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 야산의 자투리땅에 지난 4일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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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년 전부터 소문이 돌았습니다."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적어도 2018년부터 동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돌았다는 것이다. 조만간 개발 호재가 나온다는 정보와 함께였다. A씨는 "LH 직원의 친·인척 혹은 관련된 이들이 '광명 땅을 사면 괜찮다더라'며 매수에 뛰어들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작년에 다시 신도시 소문이 돌면서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해당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관련 소문이 돌아 개인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투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LH 직원들의 땅 매수 시기를 전후해 토지 거래가 갑작스레 늘어난 것도 의심을 키우는 정황이다.

LH 직원 땅 샀던 시기 토지 거래 급증


5일 한국일보가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으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 토지 거래를 조사한 결과, LH 직원이 광명시흥지구 땅을 사들인 시기를 전후로 토지 거래량이 늘어났다.

눈에 띄는 건 LH 직원이 광명시의 토지 1필지를 구입한 2017년 8월이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첫 토지 매입이었는데, 당시 토지 거래량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8월 매매된 광명시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땅)는 138필지로, 전월 대비 76.9% 급증했다. 이 가운데 36필지(26.1%)는 서울 거주자가 샀다. 통상 업계에서는 서울시민의 타 지역 토지 매수를 투자 목적으로 해석한다.

3기 신도시 첫 후보지 선정 당시 광명 땅 산 LH 직원


시기도 공교롭다. 당시 3기 신도시 후보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LH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LH는 2017년 7월 25일 3기 신도시 후보지 보안에 관련된 '후보지 보안업무 처리요령'을 통지했다. 이는 LH 직원이 광명시 땅을 샀던 시기에 3기 신도시 1차 후보지가 추려지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LH 직원이 광명시 땅을 샀던 다른 시기의 거래 추이도 특이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LH 직원이 2018년 1월과 2월 광명시 땅을 각각 1필지씩 사들였다. 특히 그해 2월 광명시 순수토지 거래량이 94필지였는데,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땅이 43필지(45.7%)에 달했다. '고양창릉지구 개발구상 차트' 최종본은 다음 달인 2018년 3월 16일 작성됐다. 다른 3기 신도시 후보지도 이때쯤 구체화됐을 개연성이 높다.

의심스러운 정황이지만 정부는 당시 광명시흥지구를 후보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광명시흥지구 발표 당시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3기 신도시를 첫 지정할 때 여러 후보지를 두고 관계기관이 협의를 가졌다"면서도 "당시 광명시흥지구가 포함될 예정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LH 직원 광명·시흥지구토지 매수 당시 순수토지 거래량.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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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는 LH 직원이 땅 산 다음 달 토지 거래량 급등


시흥시 땅을 매수했던 시점 전후에도 이상 현상이 포착됐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이 처음으로 광명시흥지구 내 시흥시 토지를 산 건 2018년 4월이다. 당월 순수토지 거래량은 619필지였다. 그런데 다음 달인 5월에는 거래량이 877필지로 뛰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매매량이 41.7% 증가한 것이다. 이후 그해 8월까지 매월 800건 이상의 토지가 거래됐다.

'LH 직원 땅 구매 후 거래량 증가' 현상은 다른 시기에도 나타난다. LH 직원이 시흥시 과림동 땅을 샀던 2019년 9월 대비 그다음 달 순수토지 거래량이 90%(필지 410개→779개) 증가했다. 또 다른 매수 시기였던 지난해 2월에도 667필지에서 그다음 달 843필지로 토지 거래가 한 달 새 26% 늘어났다.

개인 일탈 뛰어넘나... "이해충돌 고려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토지 거래 추이가 심상치 않다고 본다. 단순히 LH 직원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서 토지 보상 등을 노린 작전세력이 의도적으로 광명시흥지구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작전세력이 있었다고 해도 정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신도시 개발 소문이 돌면 투기꾼들이 대략적인 후보지를 짐작하고 매수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LH 직원들이 작전세력에 합류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설령 LH 직원들 주장대로 사전 정보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해충돌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전 직원과 가족들이 3기 신도시 지역에 사전 땅 투기를 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조사계획을 세운 뒤 현재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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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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