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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직원 한 마디에 회사 ‘휘청’ 공포의 ‘블라인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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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최근 블라인드 게시물로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많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럭시위를 비하한 댓글. <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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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 활용한 것도 아닌데…광명 시흥 재개발될 것 누구나 알고 있던 것 아닌가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은 LH 임직원 투기 의혹으로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닌 ‘회사 전체가 썩었다’는 인식이 퍼졌다. ‘고위직부터 말단까지 땅 투기 윤리 의식이 없는 기업’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계속되는 정치권과 여론의 성토에 LH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는 중이다.

최근 재계에 ‘블라인드 주의보’가 발령됐다. 소속 직원이 블라인드 커뮤니티에 올린 글 때문에 회사가 흔들리는 사례가 늘어난 까닭이다. 특정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기업·IT기업·공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블라인드 글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엔씨소프트는 직원이 올린 댓글 때문에 소비자의 ‘성토’ 대상이 됐다. 엔씨소프트 항의 트럭시위 관련 게시물에 엔씨소프트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할 일 없는 놈들 참 많네”라는 댓글을 블라인드에 올린 것. 댓글을 본 여론은 분노에 휩싸였다. 엔씨소프트는 순식간에 이용자를 무시하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 ‘인사 평가 논란’ 역시 시작은 블라인드였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유서’ 형식의 글이 문제가 됐다. 카카오는 인사 평가를 할 때 직원들이 동료를 상대로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냐’는 답변을 받는데, 답변 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리면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준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었다. 글은 곧 블라인드에서 내려갔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해당 글을 계기로 카카오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한 불만글이 후속으로 올라오며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카카오 측은 3월 11일 인사 제도 관련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 외에도 블라인드로 홍역을 치른 회사는 수두룩하다. SK하이닉스와 LG전자 직원들은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블라인드에서 ‘대놓고’ 표출했다. KBS는 직원이 올린 ‘연봉 많이 받는 게 부러우면 KBS 다니던가’라는 글 때문에 여론의 십자 포화를 맞았다.

기업들은 ‘블라인드 논란’에 다소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든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생각에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는 직원은 회사 전체 규모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이 올리는 글이 모두 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높은 임원들도 조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원이 보는 회사와 실제 회사의 모습에는 괴리가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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