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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 땅 투기, 예방도 처벌도 ‘난망’ 뒤늦게 여야정 “제도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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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렸지만 ‘제 식구 감싸기’식 조사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빈틈 많은 제도 탓에 사전 정보 누출, 공직자 땅 투기가 신도시 발표 때마다 반복됐다는 지적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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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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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제가 된 LH 직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은 크게 3가지다. 공공주택특별법과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규정하고 있다. 부패방지법에서 금지한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 이용 금지’에도 해당한다. 혐의점이 확인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땅 투기로 벌어들인 돈(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도 가능하다.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해선 안 된다’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법에 따라 LH 해당 직원을 처벌하려면 재직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땅 투기에 활용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국토교통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땅 투기 혐의를 받는 LH 직원 대부분이 신도시 후보지 지정과 관련한 부서, 광명ㆍ시흥사업본부 소속이 아니다. LH 내부 정보가 아닌 자신의 판단, 부동산 시장에서 도는 소문을 근거로 땅을 샀다고 주장한다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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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최근 발생한 일부 직원의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와 신속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사전투기 의혹 발생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4일 발표했다. 사진은 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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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심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의구심도 크다. 직원의 땅 투기가 벌어진 당시 LH 사장이 현직 장관(변창흠)에, 문제시 부실 관리ㆍ감독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국토부가 합동조사단 주체로 나선 상황이라서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땅 투기 의혹을 발표하며 “해당 지구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에서 LH 공사 등 공공기관의 임직원 및 그 가족, 국토부 등에 소속된 공무원들의 사전 투기 행위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공익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LH는 물론 국토부 공직자의 땅 투기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혐의점을 밝혀낸다 해도 처벌 수위가 문제다. 징역, 부당 이익 몰수 조항이 있긴 하지만 벌금액은 최대 5000만원(공공주택특별법) 또는 7000만원(부패방지법)에 불과하다. LH 땅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만 해도 합쳐 수십, 수백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에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다.

논란이 번지자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직자 땅 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속속 발의하는 중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금융 범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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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LH 전·현직 직원들의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장충모 한국토지공사(LH) 사장 직무대행의 상임위원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진선미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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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부 정보 이용ㆍ누설에 따른 처벌 수위를 현행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유기 징역, 부당 이익의 3~5배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당 이익의 규모가 클 경우 가중 처벌하고,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도 처벌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5일 처벌 수위를 강화할 뿐 아니라 투기 행위로 취득한 재물,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하는 내용으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야당 측도 법 개정 방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물론 처벌 수위를 높이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인 데다, 그동안 처벌 규정이 없어 투기가 만연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를 예방하고 관리ㆍ감독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 공개 대상은 공무원의 경우 4급 이상, 공기업은 기관장과 상임이사ㆍ감사 등 임원급 이상에 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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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소재 농지 일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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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 대부분이 차장ㆍ부장급으로 재산 공개 대상이 아니다. 별도의 제보나 조사가 없는 상태에서 투기 혐의점을 사전에 알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도적 허점에 대해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법ㆍ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아직 (LH 땅 투기) 사건과 관련한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 추이를 보고 관련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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