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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22세 이상은 괜찮다는 쿠오모 말, 성관계 요구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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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뉴욕주지사 성추행 피해자 구체적 폭로

앤드루 쿠오모(63) 미국 뉴욕주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인 샬럿 베넷(25) 전(前) 비서는 “내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몹시 불편했다”며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쿠오모 주지사가 최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면서도 “오해였다”는 식으로 입장을 표명하자 추가 피해 사실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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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작년 5월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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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은 4일(현지 시각) 미 CBS방송 ‘이브닝 뉴스’에 출연해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지난해 5월부터 부적절한 발언을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베넷이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직접 방송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베넷에게 쿠오모 주지사는 “너 성폭력, 학대를 당했다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베넷은 “그는 내가 (과거 성폭력 피해) 트라우마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데 문제가 있는지, 친밀한 관계를 쌓는 데 민감한지 등을 물었다”며 “혹시 실제로 누군가와 육체적으로 관계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냐고도 물었다”고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해 6월 주지사 사무실에서 단 둘만 있을 때 성생활 등에 대해 물으면서 “외롭고 힘들다” “새 여자를 찾고 있다” “(성관계) 상대와의 나이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베넷은 주장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베넷에게 “나이 많은 남자와 사귀어본 적 있냐”고 물었고 “22세 이상이면 괜찮다”고 스스로 답하기도 했다고 한다. 쿠오모와 베넷는 38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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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인 샬럿 베넷 전(前) 비서가 미 CBS 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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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은 이 과정에서 주지사가 자신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느껴져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베넷은 “어서 빨리 사무실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이 계속되던 당시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뉴욕주에서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고, 쿠오모 주지사는 대처 현황을 전달하기 위해 연일 언론에 등장했던 상황이었다.

베넷은 ‘그런 질문을 받고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CBS 앵커 질의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했다”며 사적인 질문에도 쿠우모는 상관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베넷은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끝내야 할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것 같다”며 “내가 대답을 이어갔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그저 두려웠을 뿐”이라고 했다.

베넷은 쿠오모 주지사의 입장 표명에 대해선 “그건 사과가 아니다”라며 “나는 쿠오모를 완벽히 간파했다. 그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NYT 보도 이후 “나는 결코 베넷에게 다가간 적이 없고 부적절하게 행동할 의도도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내가 한 말들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추파를 던진 것으로 오해 됐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사퇴할 의사가 없으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전직 보좌관 린지 보이란(36)은 쿠오모 주지사가 업무 중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외모 품평을 하고, “스트립 포커(옷벗기 내기 게임)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여성 애나 루크(33)는 “2019년 9월 지인 결혼식 피로연에서 처음 본 쿠오모가 등 허리 아래와 얼굴을 만지면서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다”고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독립적 수사에 착수, 필요 시 쿠오모를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쿠오모는 자신의 측근인 판사 출신 변호사가 이끄는 위원회에 자체 조사를 맡기겠다고 했지만,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일축한 것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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