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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쿠오모 성희롱 피해자 "외롭다며 나와 자고 싶어해…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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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뉴욕주지사 성희롱 피해자 美 방송 인터뷰

"외롭고 힘들다, 애인 찾는다, 22살 넘으면 괜찮다"

"성폭력 트라우마 때문에 육체적 관계 어렵냐 질문"

쿠오모 "의도 없어…오해…그렇게 느꼈다면 미안"

중앙일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샬럿 베넷. [CBS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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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가 나와 자고 싶어하는구나, 생각했다. 몹시 불편했다. 어서 빨리 이 방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중 한 명인 샬럿 베넷(25) 전 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입을 열었다. 베넷 전 보좌관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피해 사실이 공개된 뒤 처음으로 이날 CBS 방송 'CBS 이브닝 뉴스'에 출연해 쿠오모 주지사의 부적절한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베넷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의 노골적인 발언은 지난 5월 15일쯤부터 시작됐다. 과거 성폭행 피해를 당한 베넷에게 "너 성폭행당했다며, 학대당했다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5일에는 주지사 사무실에서 두 사람만 있을 때 베넷의 성생활 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베넷은 주지사가 자신에게 성관계를 제안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베넷에게 "외롭고 힘들다","여자 친구를 찾고 있다", "나이 차가 나는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당시 뉴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렬히 확산 중이었고, 쿠오모 주지사는 매일 브리핑에 나서며 전 세계의 주목받고 있었다.

베넷은 "그는 나에게 '트라우마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데 문제가 있느냐', '친밀한 관계에 대해 민감하냐'고 물었고, '혹시 실제로 누군가와 육체적으로 관계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냐'고도 물었다"고 밝혔다.

또 나이 많은 남자와 사귀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더니 자신은 수십 년 어린 여자와 데이트하는 게 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22살 이상이면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63세, 베넷은 25세다.

그런 질문들을 받고 어떻게 했느냐는 노라 오도넬 앵커의 질문에 베넷은 "솔직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쿠오모가 상관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적인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베넷은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끝내야 할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것 같다"면서 "내가 대답을 이어갔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그저 두려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의 주지사였기 때문에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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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성폭력 피해 신고 접수 후 처음으로 지난 3일 입장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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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주지사는 전날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고통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만약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나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 누구도 의사에 반해 만진 적이 없다"는 문장을 두 번 반복했다.

이에 대해 베넷은 "그건 사과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그를 똑똑히 이해했다. 그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쿠오모의 입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27일 NYT에 보낸 입장문에서는 "나는 결코 베넷에게 다가간 적이 없고, 부적절하게 행동할 의도도 없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음 날은 좀 더 긴 입장문을 내고 "내가 한 말들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추파던지기로 오해받았다"면서 "누구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베넷 이외에도 린지 보이란과 애나 루크, 두 여성이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이란은 뉴욕주 산하 기관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했다. 루크는 2019년 친구 결혼식 리셉션에서 처음 본 쿠오모 주지사가 등허리 아래와 얼굴을 만지면서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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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희롱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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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주지사는 사퇴할 의사가 없으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주 법무장관은 독립 로펌에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도 쿠오모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가 사퇴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고민이다.

CNN 정치평론가를 겸하고 있는 매기 해버만 NYT 기자는 "쿠오모 주지사는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같이 그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물러나라고 하기 전에는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피해자가 나올지, 증거가 얼마만큼 구체적인지에 따라 쿠오모 주지사의 거취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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