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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실종사건'…스포티파이·카카오M 누가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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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인싸IT] Insight + Ins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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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한 해외 K팝 팬이 남긴 분노의 트윗. "스포티파이의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K팝 음원이 다 사라졌다"고 적혀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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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 This is my playlist songs have gone...How is it possible that my life got even sadder."(젠장,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노래들이 사라졌어요... 세상에서 제일 슬퍼.. ㅠㅠ)

"GIVE OUR K-pop SONGS BACK! I'll FIGHT FOR my Artists!" (내 K팝 음원들 돌려내! 내 가수를 위해 싸울거야!)

글로벌 K팝 팬들 속이 뒤집어졌다. '1일 1스트리밍'을 돌리며 음악으로 활력을 얻던 일상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세계 최대 규모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일 돌연 카카오M이 공급하는 주요 K팝 음원의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이를두고 서양고래(스포티파이)와 한국고래(카카오M)간 신경전에 새우(K팝)등이 터졌다는 비유가 나오고 있다.

3일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두 업체간 갈등에 직격탄을 맞은 '새우'들의 울분이 쏟아지고 있다. 음원서비스 중단이 3일째 이어지면서 해외 K팝팬들의 여론이 심상치않은 것이다.

해외에서도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K팝 가수들 중에서도 카카오M을 통하지 않고 유통하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의 음원은 여전히 스포티파이에서 서비스 된다. 하지만 아이유, 지코, 화사, 문별, (여자)아이들((G)-IDLE), CL, 여자친구, 더보이즈, 크래비티 등의 음원은 스포티파이에서 못 듣는다. 이중 아이유와 (여자)아이들은 스포티파이의 지난해 K팝 톱10 리스트 중 각각 8위, 9위에 올라 있을 정도다.

양측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사태의 파장과 원인을 짚어본다.


스포티파이가 뭐기에...유튜브뮤직, 애플뮤직은 안되나?

해외 K팝 팬들이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간 갈등을 '날벼락'으로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K팝 음원 접근성에서 스포티파이가 단연 우위에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9년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 조사에서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이 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애플뮤직(19%), 아마존뮤직(15%), 텐센트(11%) 순이고 유튜브뮤직 점유율은 6%에 그친다. 스포티파이가 밝힌 전 세계 이용자 수는 170개국의 3억4500만명 이상이다.

스포티파이 이외의 해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아이유 등 카카오M으로 음원을 유통한 가수들 음원을 들을 수 있지만 사실상 해외 K팝 팬의 상당수가 스포티파이에 '락인'(Lock-in, 고정)돼 있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2016년부터 카카오M과 한국 외 지역 음원 유통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K팝 음원을 서비스해 왔다. 그만큼 스포티파이를 K팝을 접하는 창구로 이용해온 글로벌 팬들이 많다. 일부 팬들은 "애플뮤직 계정이 있어도 노트북이고 휴대폰이고 다 스포티파이에 로그인 해놨는데 갑자기 K팝을 못 듣는다니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내 소중한 아티스트 순위 떨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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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사진=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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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M에서 음원을 유통하는 K팝 아티스트들의 팬덤에서는 분노와 함께 우려가 이어진다. 스포티파이 음원 서비스 중단이 각 아티스트의 글로벌 음원 차트 순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로서는 단순히 음악 며칠 못 듣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세계 양대 팝 차트인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순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라이프고즈온(Life Goes On)'이 음원 차트인 '빌보드 핫100' 1위라는 성과를 낸 것도 스포티파이라는 플랫폼에 올라탄 성과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스트리밍이 많이 된 한국 아티스트다.

그래서 K팝 팬들은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의 계정을 중복개설하고 '내 가수'의 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스트리밍 공세'를 펼친다. 국내 아이돌 팬들이 응원하는 가수에게 상을 안기기 위해 멜론, 지니뮤직 등에서 적극적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 때문에 현재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내 가수를 위해 싸우겠다"는 움직임까지 일고있다. 소속사에 조직적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거나 '#KAKAOM_OUT'(카카오M 아웃) 등의 해시태그 운동을 전개하는 식이다.


화살은 카카오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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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에 카카오M 음원을 돌려놓으라"고 촉구하는 해외 K팝팬들의 집단 서명 운동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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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의 '여론전'에서 다소 열세인 쪽은 카카오M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M이 국내 빅테크 플랫폼에 소속된 최대 음원 유통사이자 한국 1위 음원서비스 멜론과 같은 카카오 계열이라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이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카카오M이 멜론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포티파이를 견제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M은 지난해 국내 가온차트 400위권 음원 중 약 37.5%가량을 유통할 정도로 K팝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게다가 다른 유통사를 통하는 K팝 가수들과 달리 카카오M 아티스트들만 피해를 입으니 K팝 팬들 눈에는 카카오M이 강짜를 부리는 것으로 비춰진다.,

'K팝 대선배'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지난 1일 "(카카오M과 스포티파이 중) 누구 잘못이든 기업이 예술에 대해 욕심을 가지면 왜 항상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고통받느냐"는 트윗을 남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시장을 노리는 아티스트의 피해 호소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아티스트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아, 제시 등 카카오M에서 유통됐던 일부 가수들이 최근 유통사를 바꿔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고 카카오M만 손해는 아니다. 스포티파이 역시 사태가 장기화하면 K팝 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대체 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다.

누구 잘못인가?

앞서 지난 1일 양사가 각각 내놓은 음원서비스 중단 배경에 대한 설명만 보면 입장이 엇갈린다. 스포티파이는 "카카오M과의 기존 라이선싱 계약이 만료됐다"며 "전방위로 노력해 왔지만 신규 글로벌 라이선스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M은 "기존 해외 음원 서비스 계약 갱신을 요청했지만 스포티파이가 먼저 계약 중단을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카카오M은 또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1일 국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국내와 해외 음원 계약을 통합해 글로벌 라이선스로 계약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현재 음원 공급 재개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스포티파이가 카카오M에 '계약 종료'와 계약 조건 재논의를 계약 종료 당일인 지난달 28일 전격 통보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전해진다. 보통 음원 라이선싱 계약은 2년 단위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는데 기한이 임박해서 카카오M에 통보하고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서비스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스포티파이가 각종 마케팅 프로모션을 위한 할인분을 음원업체인 카카오M에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M으로선 당연히 멜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데 스포티파이가 파격적 조건으로 국내외 통합 라이선스를 요구하니 계약이 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이를 부인했다. 해외 라이선싱 계약 만료 1년 반 전부터 협상을 진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세한 계약 관련 조건이나 이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많은 아티스트와 전 세계의 팬, 청취자에게도 안타까운 현상임을 통감하며 현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M을 포함한 한국의 권리자 단체와 지속 협업하고 한국의 음악 산업 및 스트리밍 생태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 간 마찰은 K팝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고 음원 유통권을 틀어쥔 카카오M으로 화살이 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이런 국내외 여론 때문에 그동안 불법 음원 같은 장애물을 헤치며 어렵게 일궈온 국내 음원 생태계가 글로벌 공룡 플랫폼에 장악될 것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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